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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확산”…한국은행, 통화 안정성 강화→민간 주도 도입 우려
경제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확산”…한국은행, 통화 안정성 강화→민간 주도 도입 우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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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은행이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민간 주도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열기에 금융안정성의 긴장감을 드러내며, 신중한 제도적 접근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화폐의 본질을 흔들 수 있음에 목소리를 높이는 흐름이다.

 

오는 7월 1일,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행사에는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자로,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과 박기영 전 금통위원이 사회자로 나선다. 이번 행사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트렌드로 안착한 흐름을 인지하되, 국내에서의 금융시스템 방어와 통화정책 유효성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입장은 명확하다. 민간이 자유롭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코인런’이라는 돌발 리스크로 원화의 신뢰와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한은의 시각은 최근 핀테크 업계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민간 발행 주체 확대’ 주장과 대조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깊은 우려를 표명해왔다. 지난 5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는 본질적 성격을 갖기에, 비은행 기관의 자유로운 발행이 자칫 통화정책 효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달 2일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자본규제 회피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보다 촘촘한 규제·제도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는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다시 한 번 관련 메시지가 언급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책 전환의 밑그림 뒤에는 최근 정권교체와 함께 불붙은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논의가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과거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시절, 핀테크 기업 등 비은행 민간 주체에게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한국형 모델’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대가 실질적 행보로 이어지기를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시장 반응은 뚜렷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9일 거래소에서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카카오뱅크는 20.21% 상승해 2만9,150원을 기록했고, 카카오는 16.03% 오른 5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블록체인 자회사 라인테크플러스가 통합해 출범한 카이아(KAIA)도 같은 날 12% 넘게 급등하며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카이아는 글로벌 1위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와 협업, 네이티브 USDT 배포를 시작해 가상자산 업계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주요 증권가에서도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의 플랫폼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준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플랫폼 영향력과 앤트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성장 기반을 단단히 했다”고 밝혔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전트 서비스 시장에서 카카오의 선도적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에서 자리 잡기까지의 길은 녹록지 않다. 원활한 도입을 위해서는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그리고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특정금융정보법 등 다층적 법 체계와 제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더불어민주당 등 유관 기관·정당과의 긴밀한 협의 속에서 금융안정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조율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의 민생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지금, 연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도입 가능성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은 우리 모두의 실생활 영역으로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자산과 금융 시스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기, 소비자와 중소기업, 투자자들에게는 신중한 판단과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요구된다. 다음 달 예정된 한국은행 콘퍼런스 및 정기 간행물, 추가 법안 논의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체계의 윤곽이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시장과 제도의 새로운 교차점 앞에서, 우리는 조금 더 신중한 시선으로 다가오는 질서의 변화를 지켜보게 된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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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스테이블코인#카카오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