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 반등”…미·중 정상 통화와 캐나다 산불, 국제유가 하루 만에 상승 전환
거칠어진 시장의 맥박 위로 미국과 중국, 두 정상의 통화 소식이 퍼졌다. 숨죽이던 국제유가는 단 하루 만에 방향을 틀었다. 6월 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가 전장보다 0.52달러, 곧 0.83% 오른 배럴당 63.37달러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글로벌 기준 브렌트유 역시 65.34달러로 0.74% 상승했다. 전날 급락의 그늘 속에서 맞이한 반전이었다.
이번 움직임의 한가운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눈 1시간 반가량의 전화가 자리했다. 기대와 불확실성이 뒤섞인 무역협상 재개의 신호탄이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무역협정의 세부 사항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매우 좋은 통화였다”며 긍정적인 성과를 내비쳤다. 희토류 문제 등 까다로운 쟁점마저 일정 진전이 있다는 뉘앙스가 퍼지자, 원유 시장은 오전부터 상승 기운을 키웠다. 오전장 한때 WTI 기준 상승폭은 1.8%까지 번졌다.

공급의 긴장도 유가를 떠받쳤다. 캐나다 서부를 덮친 산불은 하루 35만 배럴가량의 원유 생산에 제동을 걸었고, 미국 저장시설 오클라호마 쿠싱과 멕시코만 터미널까지 물류 흐름에도 영향이 예고됐다. 수급 불안 심리가 촘촘하게 유가 하단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동의 결을 두고 해석이 분주하다. PVM오일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OPEC+의 증산 우려로 중장기 공급 과잉이 거론되지만, 현시점에서는 지정학적 변수와 실물 공급 차질이 유가 하락 압력을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방의 불씨와 북방의 외교선이 맞물린 흐름이다.
그러나 낙관의 이면에, 미국 경제의 체온은 낮아졌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7천 건. 전주보다 8천 건 늘며 8개월 만에 최고 기록에 닿았다. 경기 둔화의 조짐, 그리고 시장의 복합적인 불안이 잠재적인 조율 변수를 늘리고 있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흔들린다.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 변수, 여기에 경기 지표 악화마저 뒤섞인 양상이다. 투자자와 에너지 수요자 각자의 계산법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교차점은 미국과 중국의 다음 협상 일정, 그리고 캐나다 산불 진화와 공급선 정상화 여부다. 이 모든 상황은 세계 에너지 시장과 소비자들의 일상에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온기를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