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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평가제로 의료기기 진입 단축”…식약처, 이중규제 해소 신호탄
IT/바이오

“임상평가제로 의료기기 진입 단축”…식약처, 이중규제 해소 신호탄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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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의료기기 시장 진입을 가로막던 이중 규제 해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평가제 도입을 예고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진단·디지털 치료기기 등 첨단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 속도가 크게 빨라질 전망이다. 건강보험 미등재 신의료기술에 대한 기존 ‘신의료기술평가’를 최대 4년간 유예하거나, 임상시험 자료 등 국제 기준(IMDRF) 임상평가 자료로 3년간 비급여 처방 시장에 선입이 가능해지는 선택지가 확대된 것이다. 업계는 이번 제도 개선을 '국내외 의료기기 경쟁 구도 변화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가 도입하는 임상평가제는 의료기기 허가 단계에서 임상시험 결과와 임상 경험, 문헌자료 등 실증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식약처 인허가와 무관하게 별도의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기준을 충족할 경우 식약처 임상평가 자료로 신의료기술평가를 일정 기간 유예하고 즉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존 490일이 걸렸던 시장 진입 기간이 140일로 크게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제도는 인공지능 기반 진단보조기기, 체외진단 의료기기 등 첨단 기술·소프트웨어 주력 의료기기에 우선 적용된다.

이러한 개선책은 글로벌 주요국의 ‘선 진입, 후 평가’ 정책 기조와 유사하다. 미국, 유럽 등은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에 대해 신속한 시장 진입을 보장하면서도 사후적인 평가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지속 검증하는 구조다. 반면, 국내에서는 식약처 허가 이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또 받아야 하는 이중 규제로 업계 부담이 컸다. 실제로 해외에서 인증을 받은 제품이 국내에서 오히려 진입이 늦는 역전현상까지 빈번했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임상평가제 도입이 시장에서 혁신 의료기기의 활용 기회를 넓히고,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확보와 기술 검증을 병행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민혁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전무는 “기업들은 시장 진입 이후 사후 평가 절차를 요구해왔으며, 이번 정부 방침이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기간을 기존 2년에서 최대 4년(2+2)까지 늘리는 등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약처는 임상평가제 적용 품목을 디지털 치료제 등으로 단계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정부는 임상평가제가 기존 신의료기술평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선택지를 늘리는 것임을 강조한다. 여전히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혁신의료기기 산업 활성화와 공공의료 안전성 간 균형이 당분간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제도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규제 병목 해소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 그리고 규제의 전환이 앞으로 혁신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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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임상평가제#신의료기술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