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흔들리는 가고시마”…일본 남단 지진 잦아지는 일상 불안
요즘 일본 남단의 작은 섬마을에서는 지진 공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드물게 들리던 경보음과 흔들림이 이제는 익숙한 일상이 돼가는 모양새다. 점심시간을 막 지난 오후, 일본 가고시마현 남남서쪽 해역에서 또 규모 5.4의 지진이 감지됐다. 북위 29.40도, 동경 129.50도가 진앙이었고, 땅속 깊이 20km에서 시작돼 도카라 열도 근방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겼다.
도카라 열도에서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최근 며칠 사이 집안 그릇들이 허공을 날고,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표현했다. 일본 기상청은 아쿠세키지마에선 ‘진도 5강’의 흔들림이 측정됐다고 전했다. 이 정도면 방안에 있던 사람들의 반이 넘게 공포를 느끼고, 선반 위의 책이나 식기류가 떨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만큼 주민들의 긴장감은 일상 구석구석 퍼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도카라 열도 인근에선 단기간 내 수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연이어 발생 중이다. 연구자들은 “동일 지역에서 반복되는 지진은 해저 지각판 불안정의 징후로, 생활 패턴까지 흔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커뮤니티에서는 “불안해도 별다를 방법이 없어 대비만 한다”, “긴급 가방을 침실에 두고 잠드는 게 습관이 됐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불안함과 무력감, 그리고 익숙해진 경계심이 혼재하는 풍경이다. 한편으로는 “언제 올지 모르는 위험에 어디까지 평온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일상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한다.
지진은 단순히 자연재해를 넘어서, 삶의 방식과 감정까지 바꿔놓고 있다. 안전 훈련에 더 민감해진 아이들, 심리적 긴장을 해소하는 대화 모임 등 작고 사소한 변화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지진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서로를 위로하고 일상 안전을 점검하는 연결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작고 사소한 불안이 반복될수록, 일상은 더욱 단단해질 기회를 찾고 있다. 지금 이 변화는 일본 남단 작은 섬마을 사람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