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연일 신기록”…미국·유럽 재정 불안에 안전자산 쏠림 가속
현지시각 3일, 미국(USA) 뉴욕의 코멕스(COMEX) 시장에서 금 선물 가격이 장중 온스당 3,602.4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기록 경신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 건전성 우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독립성 논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글로벌 시장의 불안 심리가 크게 확산한 결과다.
3일 코멕스에서 금 선물은 전날 대비 76.1달러 급등한 온스당 3,592.2달러에 마감하며 최고가 흐름을 이어갔다. 출발가는 3,517.9달러였다. 주요 귀금속인 은(온스당 41.995달러), 백금(1,440.3달러), 팔라듐(1,171.5달러) 등도 일제히 강한 상승세를 연출했다.

국내 시장 역시 영향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kg 금 현물(99.99_1kg) 가격이 전일 대비 1.42% 오른 그램(g)당 15만8,950원을 기록했으며, 장중 한때 15만9,910원까지 상승해 2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선물시장에서 모두 역대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독립성이 정치적으로 위협받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을 거세게 압박하면서 ‘기준금리 정책 신뢰도 저하’ 우려가 부각됐고, 이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고조됐다. 지난달 하순 이후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의 재정 건실성 약화와 정책 신뢰 문제를 더욱 경계하게 됐다.
미국 정부가 실시한 관세 정책이 연방법원에서 잇따라 위헌 판결을 받은 점도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 관세 추가분 환급 가능성이 확대되며 정부 부채와 이자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투자자들이 금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유럽도 재정 위기와 정치 불안이 겹치며 금값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다. 영국(UK), 독일(Germany), 프랑스(France), 일본(Japan) 등 주요국의 장기국채 수익률이 수년 만에 최고치를 돌파, 각국의 정치·재정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선물 옥지희 연구원은 "일본의 정치 불안, 프랑스·영국의 재정위기, 미 연준 이사 해임 등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모두 맞물리면서 귀금속 시장 랠리가 재개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즈(FT) 등 글로벌 유력 매체들은 "금이 글로벌 안전자산으로서 역할을 재확인했다"며 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험 확산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미국·유럽의 재정 불확실성과 금융정책 혼선이 이어지는 한, 국제 금값 랠리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금값 신기록 행진이 향후 경제 질서와 투자 지형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