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예측 가능하게”…R&D 투자 촉진 약가 제도 시급
예측 가능한 약가 제도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좌우할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사후관리 중심의 약가 제도는 기업의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안정성에 한계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의약품 공급 안정성 확보와 글로벌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관된 약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제도 개선 논의를 ‘바이오헬스 미래 먹거리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근 안정훈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보고서를 통해 국내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개별성이 기업의 투자 예측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사용량-약가 연동제, 실거래가 약가인하 등 각 제도가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특정 품목 약가가 반복적으로 빠르게 인하되면서 R&D 투자 환경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약가 사후 관리 제도는 사용량-약가 연동제, 실거래가 약가인하, 사용범위 확대 사전인하, 조정신청제 등 복수의 프로그램이 병행되고 있다.

주요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의약품 약가 관리 방식은 차별점이 있다. 일본과 프랑스, 호주 등은 제네릭(복제약)에는 사용량-약가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신약 위주로만 활용하는 구조가 두드러진다. 반면 한국은 다양한 약제에 일괄적으로 사후 약가 인하가 이뤄지면서, 신약 R&D를 추진하는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안됐다. 첫째, 제도 시행 시기 일원화를 통해 예측성을 높이고, 실거래가 약가인하제에 저가공급 유인(R-zone 도입) 및 재정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주사제 감면율 상향·별도 인하율 마련 등으로 특정 제형 쏠림현상 해소, 매출액 규모별 R&D 투자 기준 신설을 통한 차등 인센티브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세제 개선 제안도 눈에 띈다.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 제도에 연구단계별 유연한 적용 기준을 더해 실패 연구도 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 임상 3상 비용과 실험동물·약품 생산 비용의 공제 확대 등이 예시다. R&D 투자 규모에 연동한 약가 차등 감면, 약가 인하분의 재투자 제도화도 제시됐다. 일본 시스템처럼 신약 출시 초기 약가를 보장하고 특허기간 중 약가 하락을 제한하는 프리미엄 구조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핵심은 정부 지원 R&D 상환금을 신약 등재시 원가에 반영하거나, R&D 투자와 연계한 위험분담제를 도입해 투자비용 회수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 임상 3상과 같이 고위험 R&D 단계에서 정부-민간 공동 투자, 성공시 매출액 일부 상환 방안도 제안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약가 예측 가능성을 높인 약가관리 제도 개선이 신약 R&D 투자 결정의 안정성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수출 시장 경쟁력에도 긍정적 파급력이 기대된다”고 해석한다. 또 “R&D 실적과 연계한 합리적 보상 시스템은 기업 리스크 완화와 투자 재원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정책 변화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