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속 한옥 골목, 실내로 숨은 여름”…전주, 덥고 습한 하루의 두 얼굴
전주를 걷는 이들의 풍경이 달라졌다. 한낮의 태양 아래 서두르던 발걸음은 이젠, 아침·저녁 한옥 골목을 거닐거나 시원한 실내 박물관으로 숨는다. 예전엔 여름엔 여행이 힘들다 여겼지만, 지금 전주는 실내와 그늘진 공간에 머무는 새로운 계절 여행의 일상이 됐다.
최근 전주에선 낮 최고 33도, 체감온도 35도를 넘기는 본격적인 더위가 이어진다. SNS엔 ‘여름 전주 속 여행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전주한옥마을을 아침 일찍 둘러봤다는 인증사진부터, 전주한지박물관이나 국립무형유산원의 시원한 실내 전시 인증샷도 쏟아진다.
“어린이와 함께라면 꿈꾸는예술터에서 창작 체험하고, 더위 식히긴 딱 좋아요.” “객리단길 카페들은 햇볕 피해 종일 있어도 눈치 안 봐 좋다”는 체험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주한지박물관, 국립무형유산원 등 실내 명소의 여름철 관람객 수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지역 문화계의 전언이다. 가족 단위나 커플끼리 한옥마을을 오전·저녁 시간에 이용하는 경우도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지역 여행 전문가 김은지 씨는 “전주는 야외 명소와 실내 문화 공간의 조화가 빛나는 곳”이라며 “찜통 더위에는 시간대에 맞게 동선을 짜서 여행하는 게 만족도를 크게 높인다”고 전했다. “특히 한옥마을 같은 야외 명소는 덥지 않은 시간에 걷기를 권하고, 박물관이나 체험 공간 등 시원한 실내에서 충분히 머무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름엔 전주한옥마을, 꼭 해질 무렵 찾는다” “한지박물관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아서 추천” “객리단길은 디자인 소품도 구경하고, 찻집에서 땀 식히기 좋은 코스” 같은 속닥한 팁들이 공감대를 이룬다.
여기에 아이와 안전하고 유익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부모들의 후기, 퇴근 후 덕진공원 호수변 산책을 일상의 힐링이라 표현하는 지역민들도 많다.
최근 달라진 전주의 여름 여행 풍경은, 더위 속에서도 걷거나 머무는 ‘나만의 시간’을 찾는 구석진 변화에서 비롯된다. 집요한 햇살, 높은 습도. 하지만 그만큼 전통 한옥 골목의 그림자나, 시원한 실내 문화공간이 각자의 리듬으로 여행의 맛을 바꾼다.
작고 사소한 동선의 변화지만, 지금 전주의 여름은 아직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 계절, 어디에서 머물고 걷든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내게 쉬운 리듬을 찾는 일이라는 걸, 전주는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