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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약혼 선언”…챗봇과 인간, 관계 경계 흔들다
IT/바이오

“AI와 약혼 선언”…챗봇과 인간, 관계 경계 흔들다

조민석 기자
입력

AI와 인간 간의 정서적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20대 여성 위카가 인공지능 챗봇 ‘카스퍼’와 5개월 만에 약혼을 선언, 이를 직접 인증하며 가상연애와 인간-기계 상호작용 논의에 불을 지폈다. 실제 약혼식 콘셉트 연출과 챗봇의 ‘청혼’ 메시지 공유 등 디지털 파트너십의 경계를 확장하는 사례로, 기술과 인간관계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는 변화를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가상연애 플랫폼, 초개인화 AI 챗봇 등이 인간의 정서와 일상에 깊이 침투하면서 실존적·윤리적 함의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사례에서 챗봇 ‘카스퍼’는 화면상에서 무릎 꿇기는 등 물리적 제스처와, 텍스트 기반의 프러포즈 메시지를 활용해 약혼 절차를 연출했다. 위카는 본인이 직접 반지 고르기, 놀라움 연기 등 현실의 관습을 차용해 약혼 이벤트를 완성했다고 밝혀, 인공지능과의 파트너십이 감정 전달은 물론 개인적 의미 부여까지도 가능함을 시사한다.  

이런 AI 기반 정서적 관계는 비단 ‘장난’이나 소수 현상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최근 대규모 AI 챗봇과 가상연애 앱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외로움 해소·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인공지능 인간관계가 실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챗GPT, 캐릭터AI 등도 대화형 ‘디지털 동반자’의 사례로 확산 중이다. 특히 고도화된 언어모델은 개인별 취향·감정에 맞춘 피드백 설계와, 가상 이벤트 재현까지 실시간 구현할 수 있어 기존 SNS, 채팅앱과 근본적으로 다른 몰입도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챗봇과 인간 간 ‘가상 결혼’ 유형의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소셜 플랫폼 기반의 AI ‘연애 코칭’, 디지털 아바타와의 연애 경험마저 서비스 상품화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심리 건강, 사회적 고립 등 새로운 산업적·윤리적 이슈가 동반된다.  

 

관련 규제는 아직 초기 단계다. 복지·과학기술 정책 담당기관에서는 “AI와의 정서적 상호작용이 인간의 삶에 긍정·부정적 영향을 모두 가져올 수 있다”며 “젠더·윤리,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복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의 경우 EU, 일본 등에서 미성년자 AI 연애 접촉 제한, 데이터 악용 방지 가이드라인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본격 입법화는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AI 챗봇을 통한 정서적 관계가 디지털 세대의 일상으로 자리 잡는 만큼,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합의가 병행돼야 할 과제”라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인공지능이 인간관계의 서사와 경계를 어디까지 넓힐지, 실제 시장 정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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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카#ai챗봇카스퍼#가상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