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500억달러 투자 패키지”…문신학, 한미 대미 투자 협상 재점화
한미 양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견해차가 부각되면서,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투자 방식 및 정부 예산 방향을 직접 밝히며 정치적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실질 부담이 적은 보증 중심’ 패키지에 방점을 두는 동시에, 동해 심해가스전 예산은 사실상 ‘0원’으로 책정돼 논란이 점화됐다.
문신학 1차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어떤 식으로 이뤄져도 프로젝트가 있으면 캐피털 콜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서는 협상 중이고, 구체적 규모나 분야, 시기 등 무엇을 할 것인지 확정되지 않았다”며, 투자 패키지는 ‘한도 개념’에 기반한 캐피털콜 방식이 유력하다고 시사했다.

이 같은 캐피털콜은 투자 약정 한도 내에서 실제 출자 요청이 있을 때 납입하는 구조다. 앞서 한국 정부는 조선업 중심의 마스가 프로젝트(1천500억달러)와 전략산업 범용 투자(2천억달러)를 합친 총 3천500억달러 패키지와 1천억달러 에너지 구매 계획을 미국에 제안해 관세 인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직접 투자 비중과 보증 구조를 두고 양국 인식차도 뚜렷하다.
한국 정부는 전체 투자 규모 중 약 5%를 직접 지분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배수 효과가 크고 실질 부담이 적은 보증 방식으로 메우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한국 측이 직접 투자 비중을 대폭 높이고, 구체적으로 지정된 프로그램에 투자하기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최근 정상회담 협의 과정에서 직접 투자 비율, 패키지 구성, 이익 귀속 구조 등을 두고 양측이 시각차를 드러내며 정상회담 공동성명 성사도 불발된 것으로 외교가 일각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산업부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의 자본금 및 출연금을 포함한 1조9천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기관별로는 산업은행이 투자, 수출입은행이 대출, 무역보험공사가 보증 역할에 특화됐으며, 무역보험공사에는 6천억원의 추가 기금이 배정됐다. 해당 기관의 보증 한도를 감안하면 이번 증액만으로도 12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지원이 가능하다.
한편, 한때 ‘대왕고래 프로젝트’라는 별칭으로 불린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에는 2024년부터 예산 편성이 전면 중단됐다. 문신학 차관은 “이번에 (예산이) 반영이 돼 있지는 않다”며, 정부가 사업을 포기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파트에서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며, 결정된 바 없음을 확인했다.
비록 정부 예산이 중단됐지만,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은 여전히 국제 투자 유치를 통한 석유공사 중심 개발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번 달 19일까지 해외 오일 메이저들의 입찰 신청을 받고 있으며, 10여개 해외 기업이 탐사 데이터 열람에 참여하는 등 협상은 진행 중이다.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한미 대미 투자 협상 구도와 동해 심해가스전 예산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경제 및 외교 현안을 둘러싼 정책 충돌이 내년 예산안 처리와 한미 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정부는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관련 예산 투자 및 정책 방향 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