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코이단 배양배지로 4주 유지”…티앤알바이오팹, 피부오가노이드 기능 강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피부 오가노이드(인공 조직체) 산업의 연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이 해조류 유래의 저분자 후코이단을 핵심 성분으로 한 차세대 배양배지를 개발함에 따라, 인체 피부와 유사한 3차원 조직 모델의 장기 기능 유지와 실효적 활용이 기대된다. 업계는 이번 연구를 ‘비임상 평가 신뢰도 경쟁의 분기점’으로 본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자사의 3D 프린팅 기반 피부오가노이드에서 장기간 구조와 생리 기능이 유지되는 배양배지를 새롭게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자매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식 게재됐다. 배양배지는 세포에 영양분과 생리활성 물질을 공급하는 액상 또는 젤 형태다. 연구진은 기존 상용 모델의 단점인 ‘2주 내 급격한 구조 붕괴’를 극복하고, 피부오가노이드의 유지 기간을 4주 이상으로 늘렸다.

핵심 기술은 해조류 기반 저분자 후코이단을 배양배지 보강제로 적용한 점이다. 후코이단은 세포 증식·분화 조절 및 콜라겐 기질 안정화, 노화·산화 억제 효과로 알려진 다당류다. 이번 배지에는 고가의 성장인자를 쓰지 않고도 낮은 비용으로 구조 및 기능을 장기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실험 결과, 해당 배양배지를 쓴 피부오가노이드에서는 대조군 대비 세포 증식률이 20% 높았고, 노화 관련 인자(발현 수준)는 최대 5분의 1 수준으로 억제됐다. 콜라겐 기질이 오래 유지돼 조직의 안정성도 개선됐으며, 세포 분화가 더디게 진행돼 조기 붕괴도 방지할 수 있었다.
이번 차세대 배양배지는 인공 피부 연구, 약물 독성 평가, 화장품 원료 테스트 등에서 실용성이 강조된다. 기존 모델은 짧은 배양 기간과 구조 불안정성 탓에 반복 실험과 신뢰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글로벌 규제기관인 미국 FDA가 이미 오가노이드를 동물실험 공식 대체모델로 인정했다”며, 글로벌 제약·화장품 업계의 수요 확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오가노이드 기반 비임상 평가’가 본격 도입 단계다. 미국·유럽 주요 신약개발사들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3D 조직배양 모델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국내에선 올해 정부의 첨단바이오법 개정 및 식약처의 비임상 실험 가이드라인 변화 등도 주목된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생체모사 모델의 객관적 평가, 데이터 신뢰 보증, 화장품·의료기기 임상 적용 등 후속 제도는 여전히 과제다.
서울대 생명공학부 한영주 교수는 “후코이단 기반 배양배지는 인공 피부 조직의 지속성과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며 “향후 신약 스크리닝, 맞춤형 화장품 개발까지 산업적 파급력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심사·평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