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초78 신기록의 질주”…매클로플린, 허들을 넘어 400m 평정→역대 2위 대기록 작성
비 내리던 도쿄 국립경기장, 모든 이의 시선이 허들을 벗어난 ‘퀸’ 시드니 매클로플린에게 향했다. 천천히 깃발이 떨어진 순간부터 결승선을 가르는 질주까지, 스타디움의 긴장과 환호는 오로지 매클로플린이 이끈 새 역사의 흐름이었다. 그녀는 47초78의 대회 신기록, 그리고 역대 2위 기록이라는 값진 결실로 400m 결선을 평정했다.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400m 결선이 18일 일본 도쿄에서 펼쳐졌다. 미국 대표 시드니 매클로플린은 비를 뚫고 트랙을 누비며, 무려 42년 만에 대회 신기록인 47초78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존 기록이던 자밀라 크라토츠비로바의 47초99(1983년 헬싱키)보다 0.21초 앞선 기록이다. 이 기록은 1985년 마리카 코흐가 세운 세계기록 47초60에 이어 역대 2위다.

치열했던 결선에서 마릴레이디 파울리노(도미니카공화국)가 47초98로 2위, 살와 나세르(바레인)가 48초19로 3위에 올랐다. 한 레이스에서 47초대 기록이 두 차례나 나온 것은 세계 육상 역사상 처음이다.
매클로플린은 허들 종목의 절대 강자로 2021 도쿄 올림픽, 2022 유진 세계선수권, 2024 파리 올림픽 등에서 수차례 금메달을 거머쥔 바 있다. 400m 허들에서는 도쿄(51초46), 유진(50초68), 파리(50초37)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경신해, ‘허들 퀸’의 명성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허들이 없는 400m 플랫 경기에 도전, 최고 선수만이 시도할 수 있는 새 장을 열었다.
이 실험적 선택에는 부상 방지와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400m 허들·400m 양대 종목 동반 석권이라는 큰 목표가 담겼다. 각고의 준비 끝에 매클로플린은 자신의 강점을 평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진정한 ‘트랙의 여왕’으로 거듭났다.
같은 날 남자 400m에서는 보츠와나의 콜렌 케비나트시피가 43초53으로 우승,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제림 리차즈(43초72), 보야포 은도리(44초20)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여자 세단뛰기에서는 율리마르 로하스(베네수엘라)가 3위, 페레스 에르난데스(쿠바)가 14m94로 1위, 시어 라폰드(도미니카연방)는 14m89로 2위에 자리했다.
1985년 이후 39년 만에 400m 플랫 세계육상대회 신기록이 다시 쓰인 순간, 매클로플린은 허들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기록을 넘어서는 용기와 변화, 그리고 시도에 담긴 영감이 현장을 찾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전해졌다.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400m 결승은 9월 18일 밤,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역사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