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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안산, 서해의 고요를 걷다”…촉촉한 날씨 속 섬과 해변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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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안산, 서해의 고요를 걷다”…촉촉한 날씨 속 섬과 해변의 여유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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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릴수록 바다가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햇살 가득한 날,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떠나는 ‘계획된 여행’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촉촉하게 구름이 낀 하늘 아래 조용한 해변을 걷는 시간이 일상의 쉼표가 되고 있다. 흐린 날의 바다는 때로 더 선명하게 감정을 비춘다.

 

경기도 안산시는 서해의 섬들이 맞닿은 지점에 있다. 그중 대부도는 넓은 갯벌과 소박한 해변, 푸른 수목원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곳. 오늘(19일) 안산의 하늘은 회색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20.1도의 기온과 84%의 습도가 고요함을 더한다. 비가 예보된 하루지만 이 틈을 타 해변으로 발길을 옮기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흐린 날씨가 주는 조용한 낭만을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산

SNS에는 이미 촉촉한 모래 위를 걷는 산책 인증, 탄도항 썰물에 드러난 바닷길 사진이 쏟아진다. 단원구 대부북동의 방아머리해변은 잔잔한 파도 소리와 갯벌 냄새가 그리운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소규모로 떠난 가족도, 혼자 떠난 여행자도 저마다 다른 풍경과 감정을 사진에 담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내국인 조사에 따르면 ‘도심과 가까운 자연여행지’ 선택이 늘고, 구름 많고 흐린 날씨에도 나들이에 나서는 경향이 뚜렷하다. 여행 칼럼니스트 박지현은 “서해의 해변은 화려하지 않아도,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에 제격”이라 느꼈다. 자연스럽게 흐린 하늘 아래 드리운 갯벌이나, 바다와 수목원이 맞닿은 대부도의 풍경이 쉼과 충전을 준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인기 장소는 단원구 선감동의 탄도항이다. 이곳에서는 썰물 때 바닷길이 열려 누에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바람이 실어오는 바다 내음과 서해 특유의 붉은 노을은 많은 이들에게 “사진보다 더 진한” 추억을 남긴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쓸쓸하면서도 포근하게 마음이 정돈된다”, “흐린 날씨여서 오히려 여유롭게 풍경을 즐겼다”는 고백이 이어진다.

 

대부황금로의 바다향기수목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연 속 쉼터다. 1,000여 종의 식물이 엮어내는 싱그러운 풀이 향기와, 주제원마다 다른 느낌의 공간은 “내가 자연의 한 부분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는 방문자 후기도 있다. 수목원 전망대에 서면 멀리 펼쳐진 서해가 한눈에 담긴다.

 

사소한 변화지만 흐린 날씨의 여행에는 조금 느긋하고, 조금 더 내밀한 감정이 담겨 있다. 익숙한 도시의 모서리에서, 예측 가능한 하루의 리듬을 잠시 멈추고 싶을 때. 가족과 연인, 때로는 혼자서 찾는 대부도의 해변과 수목원, 탄도항의 바다 내음은 늘 같은 자리에서 새로운 감각을 준다.

 

여행은 먼 곳이 아니어도 좋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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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대부도#바다향기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