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기록멸실, 서훈심사 예외조항 필요”…경남도의회 건의안 발의
독립운동가 서훈 심사 기준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상남도의회가 일제 강점기 말 강제 폐기된 독립운동 기록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에 공식 건의문을 발의해 논란이 재점화됐다. 기록 멸실로 인한 서훈 배제 사례가 반복되며, 충분한 교차 입증이 가능한 대체 자료의 법적 인정 여부가 또다시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경상남도의회는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앞두고 독립운동가 서훈 심사 기준 개선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고 16일 밝혔다. 백태현 의원 등 전체 64명 중 60명이 참여해 제안된 이번 건의안은, 일제 패망 직전인 1944년부터 1945년 사이에 광범위하게 독립운동 관련 재판 및 수형 기록이 소각·멸실된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도의원들은 “행형 기록이 없어도 구술, 신문 기사, 지역자료 등 대체 자료로 교차 입증이 가능하다면 심사 예외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의안은 또한 기록 멸실 시기의 증거 불충분으로 서훈을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에 대해 재심사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구술 자료와 지역 차원의 증언, 역사서 등 비공식 자료의 체계적 조사와 데이터베이스화도 촉구했다.
국가보훈부는 현재 일제가 작성한 재판·수형 기록을 1차 사료로 중시하며, 신문 기사나 증언록, 구술록 등은 2차 사료로 활용 중이다. 그러나 경남도의회 의원들은 1차 사료 전제 심사 기준이 오히려 “역사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백정기 선생과 오경팔 선생의 사례가 꼽혔다. 두 인물은 1942년 창원청년독립회를 결성해 신사참배 거부와 독립만세 시위를 주도하다 검거됐다. 8개월간 옥고를 치렀으나, 일제에 의해 작성된 판결문, 수형인 명부 등 핵심 기록이 완전히 사라졌다. 구술·신문 기사·역사서 등 다양한 기록에도 불구하고, 2005년과 2024년 두차례 서훈 신청이 모두 기각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록멸실 시기에 한해 신빙성 있는 대체 자료를 근거로 예외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며 “서훈 탈락자에 대한 일괄 재조사와 명예회복 노력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남도의회 관계자는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을사조약 치욕을 잊지 않겠다는 취지에 맞춰 정부 차원의 심사기준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상남도의회는 12월 16일까지 열리는 제428회 정례회 기간 해당 건의안을 공식 심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가보훈부의 심사 기준 개선 논의가 정치권 현안으로 부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