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공급망 숨통 트이나”…식약처, 국가출하제도 개편 속도
국내외 백신 부족 사태가 반복되면서 바이오의약품 공급 체계 혁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행정 예고한 국가출하승인 및 품목허가 제도 개편은 백신과 같은 핵심 바이오의약품의 신속 공급망 구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공중보건 위기 대응의 전환점’이자, 백신 산업 경쟁력 강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식약처는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의 신속심사 대상을 확대하는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4일 발표했다. 이 개정안에는 위기 단계 해제 이후에도 필요한 백신을 신속 출하승인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는 권한 부여와, 동일 제조단위 내 품질 동등성을 인정하는 기준 명확화 등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기존 국가출하승인은 완제품 포장 품목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동일 원액을 활용한 용기 충전·포장 제품까지 인정 범위가 넓어진다. 이에 따라 백신 수급 불안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시장에 공급하는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 원리는 품목허가를 받은 생물학적 제제의 각 제조단위별 품질을 국가가 별도 점검하는 것이다. 변경안은 동일 제조단위를 기준으로, 1차(원액), 2차(포장) 공정을 분리 관리하고 포장 일자 또는 제조번호만 다를 경우 ‘본질적으로 동일 제품’임을 인정한다. 현장 요구였던 ‘불필요한 중복 검증 최소화’를 반영한 결과다. 또한 일부 검정시험 세부기준 마련, 출하승인 업무의 국제조화 등 품질관리 체계의 글로벌 표준화를 함께 추진한다.
이같은 제도 혁신은 의료 현장에서의 수요 대응력을 크게 높인다. 실제로 최근 고령층 및 감염취약군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주 만에 물량 부족 사태로 일부 의료기관 접종 차질이 발생하며 위기대응 체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식약처는 신속심사 확대와 국가출하승인 효율화로 이 같은 일선 혼란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공급망 효율화와 함께, 백신 등 필수의약품 개발, 임상, 생산 단계 전반에 걸친 정부 지원 정책도 병행 추진된다.
글로벌 백신 시장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백신 시장(코로나19 제외)은 약 8억7000만 달러 규모로, 2029년까지 연평균 9.5%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평균 성장률(8.7%)을 상회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유럽 등도 공공의료 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단위의 출하·공급시스템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정부는 백신 개발 초기 단계의 항원 확보,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 등 비용·수익성 구조상의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해소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식약처 고시안에는 위기 발생 시 제조소 추가·변경 절차의 신속화, 품목허가증 정보 명확화 등 신산업 기반 조항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국가 단위의 강력한 공급망 통제와 민관 협력 연구, 규제 혁신의 선순환이 백신 자급률·수출산업화 모두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한층 강화된 신속 승인 체계와 품질관리의 국제표준화가 실제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규제, 산업과 보건 안보가 긴밀히 맞물리는 성공적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