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08초90 결승 질주”…박원빈, KBS배 3,000m 장애물→정상 굳히다
경북 예천스타디움의 푸른 트랙 위,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박원빈의 몸짓에는 이른 여름의 열기와 선수의 간절함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흙먼지가 미세하게 일렁였고, 결승선을 순간적으로 통과하는 그의 손끝에는 작은 미소와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 경기, 한 장면의 여운이 트랙 너머로 퍼졌다.
10일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제53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일반부 3,000m 장애물 결승에서 박원빈은 9분08초90을 기록하며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소속팀 동료 고동욱이 9분14초61로 2위를 차지해, 충주시청은 나란히 시상대의 한 축을 차지했다.

경기의 전체 흐름에서 박원빈은 초반부터 속도를 조절하며 페이스 주도권을 가져갔다. 하지만 순간순간 시간과 치열하게 겨루는 모습에서는 자신의 최고 기록 앞에서 고요한 반성이 비쳤다. 박원빈은 한국 3,000m 장애물 역대 2위(8분46초47)의 수치를 지닌 선수다. 현역 최고의 기량임에도 이날은 1999년 진수선이 세운 한국 최고 기록 8분42초86에는 다소 못 미치는 기록을 남겼다.
아시안게임에서는 11위(2023), 최근 아시아선수권에서는 6위(2024년 5월)로 꾸준히 대륙 무대에서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 경기 후 박원빈은 “기록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을 기약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분한 각오가 한 번 더 그라운드에 닿는 땀방울로 이어졌다.
이날 원반던지기에서는 논산시청 신유진이 53m45의 비거리로 1위를 차지했다. 신유진은 한국 원반던지기 최고 기록 57m70 보유자답게 안정감을 뽐냈다. 여자 10,000m에서는 제천시청 최경선이 35분31초3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현서용(김천시청)이 36분04초30의 기록으로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박원빈의 이번 우승은 스스로 쌓아온 신뢰 위에 또 한 번 도전의 깃발을 꽂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기 위한 여정은 여전히 뜨거운 채 이어질 예정이다. 결승선을 밟고 내려온 선수의 뒷모습에, 관객들은 작지만 오래 머무는 박수를 보냈다. 박원빈의 다음 무대와 앞으로의 순위 경쟁은 트랙 위를 달린 오늘의 숨결처럼 팬들에게 조용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