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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메인 수익 급증”…앵귈라, AI 열풍 타고 국가 재정 견인
IT/바이오

“.ai 도메인 수익 급증”…앵귈라, AI 열풍 타고 국가 재정 견인

윤지안 기자
입력

AI 산업의 급성장이 한때 의미 없던 국가 인터넷 도메인을 세계적 자원으로 만들고 있다. 카리브해의 영국령 작은 섬나라 앵귈라는 자국에 배정된 '.ai' 도메인 판매로 2024년 한 해에만 543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전체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로, 업계는 이번 사례를 국가별 인터넷 주소가 산업적 가치로 전환되는 분기점으로 본다.

 

1980년대 국제기구가 각 국가에 고유 웹사이트 주소를 할당하면서 앵귈라에는 '.ai'가 배정됐으나, 오랜 기간 실질적 의미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AI 솔루션 및 서비스 기업들에게 '.ai' 도메인의 상징성과 비즈니스 가치가 급격히 부각됐다. 그 결과 등록 수요가 지난 5년간 10배 이상 증가했고, 최근 1년 새에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평가다.

기술적으로 국가 도메인(ccTLD: country code Top Level Domain)은 인터넷 주소 체계에서 국가별로 부여되는 2자리 코드다. 앵귈라의 경우 '.ai'가 최근 AI(Service, Research) 브랜드 구축과 연계돼, 글로벌 IT 기업·스타트업이 선호하는 주소로 떠올랐다. 실시간 도메인 거래 시장에서는 cloud.ai, law.ai 등이 수십만 달러 급에 경매로 거래되고, you.ai는 70만 달러에 낙찰됐다. 신규 등록은 건당 150~200달러선에서 시작하지만, 희소성이 높은 주소는 경매 프리미엄까지 붙고 있다.

 

운영 체계도 고도화됐다. 앵귈라 정부는 도메인 등록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23년 10월 미국 도메인 등록 전문 기업 아이덴티티 디지털과 5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앵귈라 정부가 판매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고, 아이덴티티 디지털은 약 10%를 운영 수수료로 받는다. 등록 비용은 2년 단위 갱신시에도 동일 수준이 적용된다.

 

산업적으로보면 AI 시장 확장과 함께 자국 인터넷 주소의 상징적·금전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도메인 구매자 다수는 글로벌 IT·AI 기업 및 신생 벤처들로, 효율적 글로벌 진출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ai' 주소를 선택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도메인 자체가 일종의 '지적 자원'이 돼 해외 시장에서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사례다.

 

이와 비슷하게, 태평양의 작은 섬 투발루도 국가 도메인 '.tv'를 캐나다 기업에 넘기며 5000만 달러를 확보해 국가 사회 기반 시설 확보와 국제사회 진출 발판으로 삼은 경험이 있다. 비교적 작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주소가 산업적 하나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향후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ICT 기반 산업 확장에 따라 인터넷 인프라 및 주소 자원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국가 단위 인터넷 자원의 관리·운영 체계 효율화와 국제적 협력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계는 이번 앵귈라의 '.ai' 사례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국가 자원의 개념과 산업 가치가 어떻게 재정의될 수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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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귈라#ai도메인#아이덴티티디지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