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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모 염증 조절 실마리”…삼성서울병원, 혈액정화 병합 접근 제시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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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모(정맥-동맥 체외막산소공급장치, VA-ECMO) 치료 중 나타나는 심각한 염증반응,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이 제시됐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양정훈·고령은 교수팀은 혈액정화요법을 에크모 치료와 병합함으로써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내독소 조절 가능성을 평가한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업계는 이번 연구를 염증관리 및 생존율 개선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은 기존 에크모 치료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웠던 혈중 염증성 사이토카인 과다(사이토카인 폭풍) 문제에 착안, 염증 유발 인자와 내독소를 동시에 제거하는 혈액정화요법을 도입했다. 이는 패혈성 쇼크 치료에서 최근 적용되고 있는 신기술로, 필터(옥사이리스)를 활용해 혈장 내 염증 물질을 흡착 제거하는 원리에 기반한다. 연구팀은 무작위배정 임상연구를 통해 에크모 단독 치료군과 혈액정화 병합 치료군의 염증 수치를 단계별로 비교했다.

실제로 옥사이리스 필터를 사용한 병합 치료군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6(IL-6)이 에크모 시작 24시간 후부터 유의하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7일째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또 다른 염증지표인 GDF-15(성장분화인자-15) 역시 48시간 이후 뚜렷하게 낮아졌다. 이는 기존 에크모만 적용한 환자군 대비 염증 관리 측면에서 진일보한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파일럿 연구에서는 48시간 경과 후 두 그룹의 내독소 농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단기간 내 사망률이나 주요 임상성적 개선 효과도 도출되지 않았다. 동시에 인터루킨, GDF-15 등 일부 염증 지표의 감소 경향은 확실했지만, 대규모 장기추적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에크모 치료가 가진 염증반응 조절 한계를 일부 극복하고, 병합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 의료계에서는 패혈성 쇼크, 중증 심장질환 등 중환자 치료 현장에서 염증반응 관리 솔루션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유럽, 미국의 다기관 임상에서도 혈액정화 필터 적용 사례가 늘고 있으나, 원내 임상성과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제한적이다.

 

현재 국내외 규제당국에서는 혈액정화 필터의 허가·급여 기준과 임상적 유효성 데이터 확보를 중시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식약처 및 미국 FDA 모두 혈액정화 장치의 사용 적응증과 안전성, 임상 지표 개선 효율에 대한 추가 근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처럼 무작위배정 대조군 시험(Pilot RCT) 결과가 축적될수록 제도적 기준 변경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연구를 이끈 고령은 교수는 “IL-6과 GDF-15 감소 등 염증 반응 완화 가능성을 입증했으나, 실질적 임상효과 개선은 대규모 연구를 통해 더 검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양정훈 교수는 “에크모 치료 성공률 제고를 위해선 염증 조절이라는 새로운 변수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며, “본 연구가 향후 더 안전한 중환자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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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에크모#혈액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