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 융합, 국가 전략 축으로”…정부, 10년 로드맵 예고
양자(Quantum) 기술이 인공지능(AI) 산업 혁신의 차세대 엔진으로 부상하면서 정부가 향후 10년을 내다본 국가 전략 로드맵 수립에 나섰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21일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퀀텀 프론티어 전략대화’를 열고 글로벌 양자기술 동향과 국가 차원의 중장기 대응책을 집중 논의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종합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양자법 본격 시행 및 AI 기술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대화에 앞서 배 장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2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성과와 50큐비트 로드맵, 소형 양자키분배(QKD) 모듈과 양자통신 테스트베드 등 첨단 연구시설을 직접 점검했다. 미국, 유럽과 비교해 정부 주도 하에 다부처가 연계된 국가 차원의 양자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책연구기관과 삼성SDS, 지큐티코리아 등 국내 기업들이 양자 보안, 네트워크·소프트웨어(SW) 기반 연구개발 실적을 공유하면서 민관 협업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초전도 회로 등 물리적 원리에 기반해 기존 컴퓨터로 처리 불가능한 막대한 연산을 신속히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20큐비트 이상 규모에서는 현존 슈퍼컴퓨터도 풀지 못하는 암호해독, 분자 시뮬레이션 등이 가능해진다. 양자키분배(QKD)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차세대 보안 방식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지난 시연에서 기존 10큐비트 대비 2배 이상 향상된 연산 신뢰성을 보여줬으며 ETRI와의 양자통신 테스트베드는 분야별 표준화와 실증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실제 양자컴퓨팅이 신약개발, 금융 데이터 해석, 국방 등 전략산업을 비롯해 AI의 학습 속도와 정확성까지 좌우할 것으로 평가한다. 사업화 측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진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SW인재 양성 등에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토론에 참석한 대학, 연구기관, 기업 관계자들은 “AI와 양자 기술의 융합 준비가 세계 기술경쟁력의 핵심”이라며 “특히 보안 신시장 조기 창출과 생태계 확장, 인력 양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수년 전부터 대형 양자클러스터 조성과 양자인재 집중 유치를 정부가 전면 지원하고 있다. 국내 양자기술의 경우 현재 실증 연구와 상용화 허들이 병존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의 테스트베드 실증, 전문인력 양성 등 정책적 뒷받침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는 이번 전략대화 결과를 바탕으로 장·단기 분야별 교육, 기술육성, 퀀텀+AI 융합 등 맞춤형 전략을 종합계획에 반영하기로 밝혔다. 배 장관은 “다가올 보안 위협에 대비해 양자 보안 패러다임을 혁신하고, AI·양자 융합이 한국 미래산업의 핵심 성장축이 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외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포항공대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등에서 열린 ‘양자기술의 현재와 미래’ 포럼을 통해 최신 글로벌 트렌드를 공유하며, 정책·기술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산업계는 이번 양자 기술 전략이 실제 시장 선점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