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급물살”…대기업, 경영권 방어 약화 우려 속 패러다임 전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맞물리며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환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주요 대기업과 투자자들은 변화의 파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경영권 방어 전략에 일대 전환점을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8일 이사회에서 3조9,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의하며, 이 중 2조8,000억 원은 소각, 1조1,000억 원은 임직원 주식 보상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11월부터 1년간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분할 매입 계획을 이어왔으며, 이번 추가 매입으로 장기 주주환원 전략의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정치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상법 후속 입법을 7월 임시국회 내 공청회와 법안 통과 절차를 거쳐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이에 따른 경영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존 경영권 방어 수단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자사주 보유는 통상 외국계 헤지펀드 등 외부 위협에 맞서는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돼 왔으나, 소각이 의무화되면 우호지분 확보와 주가 관리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기관과 기업은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글로벌 수준의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논의의 병행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이 단기적으로 주가 반등을 자극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주주환원이 강화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6개월간 주요 지주회사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지배구조 변화와 주주정책 기대감이 높아진 양상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소액주주 이사 선임이 가능한 집중투표제 등 중대한 조항이 포함됐다. 일부 기업들은 즉시 시행되는 조항에 맞춰 규정 정비와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자사주 소각 관련 법제화 논의가 단순한 내부 지배구조 개선을 넘어, 글로벌 투자환경 경쟁력 강화와 한국 증시 체질변화로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기조가 굳어지는 만큼, 기업들이 신속하고 유연하게 거버넌스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분간 자사주 관련 후속 입법과 대기업의 새로운 주주정책, 그리고 경영권 방어 체계 변화 등이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향후 정책 방향은 상법 시행 결과와 시장 반응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