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IPO 계획 보류”…리플, 규제 완화와 5억 달러 투자로 성장 전환점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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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6일, 미국(USA) 뉴욕에서 열린 '스웰(Swell)'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리플(Ripple)이 기업공개(IPO) 계획을 당분간 보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5억 달러(약 6천8백억 원) 규모의 자금 유치와 미국 내 규제 환경의 개선에 따른 것으로, 전통 금융·블록체인 산업의 경계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리플은 최근 400억 달러 수준의 평가액으로 비공개 투자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했다. 주요 투자자로는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 시타델 시큐리티즈, 팬테라 캐피털, 갤럭시 디지털, 브레번 하워드, 마샬 웨이스 등 글로벌 금융기관이 이름을 올렸다. 리플 사장 모니카 롱(Monica Long)은 “IPO 일정이나 계획이 없다”며 자본시장 상장 대신 내부 자본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장기적 혁신과 자생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는 자산 가치 상승세와 함께 상장에 나서는 타 암호화폐 기업들과 뚜렷한 차별점으로 부각된다.

리플, IPO 계획 보류…5000억 달러 자금 유치와 규제 완화가 성장 발판
리플, IPO 계획 보류…5000억 달러 자금 유치와 규제 완화가 성장 발판

배경에는 2020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전 이후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이 자리잡고 있다. 리플의 핵심 서비스인 XRP 기반 ‘온디맨드 유동성’ 결제는 전세계 100여 개 금융기관이 도입 중이며, 올해 들어 XRP 가격 또한 8% 상승해 시장 신뢰도를 높였다. 최근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본격 진입이 이뤄지고 있고, 리플은 이를 성장 모멘텀으로 삼아 글로벌 결제 인프라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는 “이번 투자 유치는 리플의 성장 모멘텀과 블록체인 시장 내 기회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장 대신 비상장 전략을 택한 배경에 장기 혁신과 유연성 확보가 있다고 분석한다. IPO를 통한 자본 확충과 달리, 분기 실적 공개·주주 압력 등 단기 실적 위주 경영에 제약을 받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블록체인 시장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상장 지연이 자본시장 내 신뢰 제고와 기업 가치 공개 측면에서 한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은 IPO를 통한 투명성 강화와 기업 가치 재평가를 기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플이 이미 굳건한 글로벌 투자자 풀과 파트너십을 확보한 만큼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구축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 CNBC 등 주요 외신은 “리플의 선택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규제 친화적 변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특히 오는 2028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조8천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 속에, 리플의 규제 대응과 금융기관 협업 경험이 글로벌 블록체인 결제 생태계의 지형을 주도할 것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반면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리플의 ‘제도권 진입’ 모델이 시장 신뢰를 견인할 수 있을지는 향후 규제 환경과 글로벌 금융사의 수용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제도화 논의와 시장 투명성 확보를 둘러싼 이슈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조치가 향후 암호화폐업계와 글로벌 금융질서의 재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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