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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냉국 한 사발의 위로”…지역 어머니와 바다 형제, 삶을 적신 여름 같은 순간→마음에 스미는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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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냉국 한 사발의 위로”…지역 어머니와 바다 형제, 삶을 적신 여름 같은 순간→마음에 스미는 온기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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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한창인 경남 하동의 새벽, ‘한국기행’은 50년을 지켜 온 식당의 문을 연다. 콩을 삶고, 갓 뽑은 면을 담아내는 정인순 씨와 아들 이택수 씨의 손길이 전해주는 콩국수 한 그릇에는 지나온 세월과 끈질긴 정성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흔한 메뉴 속에 깃든 이 집만의 깊은 온기는 오랜 시간 마을 어르신들의 여름을 지탱해온 청량한 소울푸드가 됐다. 어머니의 힘이 면발을 감싸던 순간, 면과 콩국물은 세월처럼 진득하게 그릇 속을 적셨다.

 

푸른 바다가 펼쳐진 여수로 이어지는 여정, 형제 어부 박근형, 박근석 씨가 좁은 도심을 벗어난 이유가 잔잔한 파도에 담겼다. 한 대의 어선에 기대 선 두 형제는 바다의 품에서 고된 작업 속에도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정치망에 가득 들어오는 고등어와 멸치, 손 끝에 전해지는 무늬오징어의 무게를 감당하던 이들에게 하루 끝 어머니가 내어놓은 물회 한 그릇은 무엇보다 시원하고도 각별한 위로였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회와 땀에 젖은 손길이 교차하는 식탁에서, 형제의 바다는 비로소 넉넉해졌다.

새콤달콤 냉국 기행…‘한국기행’ 여름 별미 찾아서→삶의 온기를 품다 / EBS
새콤달콤 냉국 기행…‘한국기행’ 여름 별미 찾아서→삶의 온기를 품다 / EBS

문경 부곡리에 남아 있는 피서 명당, 동굴 암굴에서는 여전히 마을 사람들이 세상 더위를 씻는다. 시원한 동굴 물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 모습, 정자에 모여 칼국수와 장떡을 나누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다시 하나의 계절을 완성한다. 오래 전 가마솥에서 구워 올리던 장떡, 문경 사과를 얹은 칼국수, 그리고 맑게 흐르는 샘물까지, 문경의 여름은 마을 풍경과 함께 깊어진다.

 

지루한 무더위의 한가운데, 경북 구미의 주물 공장에서 오랜 세월 쇳물과 싸워온 박경화 씨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여름날 작업으로 지친 가족을 위해 딸이 내어놓는 참외오이냉국은 남다른 힐링의 의미로 다가온다. 이음새가 단단한 가족의 울타리처럼, 한 그릇 냉국이 일상의 갈증을 채웠다. 강원도 홍천 중앙시장의 김춘옥 씨가 35년 가마솥에서 만드는 올챙이국수 또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임에도 쫄깃한 올챙이묵의 식감과 시원함으로 여름별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2만 평 대지의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정읍에서 양형두 씨 가족이 청외를 수확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장아찌를 담가 우뭇가사리 냉국에 곁들이면 오디, 블루베리, 논의 풍경, 그리고 가족의 땀방울까지 한데 어우러졌다. 한 달 남짓한 시기가 지나기 전에만 누릴 수 있는 청외의 담백한 맛은 정읍 여름의 빛나는 주인공이 됐다.

 

‘한국기행’이 소개하는 하동 콩국수, 여수 무늬오징어 물회, 문경의 시원한 동굴 물과 장떡, 구미의 가마솥 냉국, 홍천의 올챙이국수, 정읍의 청외 냉국은 단순한 미각을 넘어 세월과 노동, 가족과 계절이 켜켜이 밴 사람들의 여름 이야기다. 한 그릇의 냉국이 선사하는 청량감과 따뜻한 교감은 바쁜 삶의 한켠을 적신다. 이 온기 어린 여름의 풍경은 2025년 7월 7일부터 7월 11일까지, 매일 밤 9시 35분 ‘한국기행’을 통해 다시 한 번 시청자의 마음을 두드릴 예정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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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정인순#박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