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데뷔전”…홍원빈, KIA 1군 첫 등판→강속구로 존재감 과시
오랜 기다림 끝, 마운드에 오른 홍원빈의 첫 발걸음엔 묵직한 각오가 담겼다. 강속구 한 줄기마다 쏟아지는 환호, 7년간 손끝에 남은 마음들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장면이었다. 팀의 여유로운 리드를 안고, 그토록 바라던 1군 데뷔 무대가 잠실 구장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2024년 6월 3일,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9회말. KIA가 11-2로 앞선 순간, 24세 홍원빈이 투수 마운드로 향했다. 프로 입단 7년 만에 찾아온 기회였다. 그의 투구 폼은 위엄을 더했고, 최고 시속 154㎞를 찍은 강속구는 관중석을 휘감았다.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 불안한 출발의 볼넷, 그러나 곧바로 삼진으로 이닝을 묶으며 첫 등판을 마무리했다. 195㎝, 101㎏의 우람한 체격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는 새 얼굴의 탄생을 알렸다.

홍원빈은 2군에서 긴 시간 성장해왔다. 51경기 5승 18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0.48의 고된 경험을 쌓았고, 올 시즌에는 20경기 19⅓이닝 평균자책점 2.79, 17탈삼진을 남기며 기대감을 자아냈다. 스스로 연수비용을 부담한 미국행은 야구에 대한 집념의 표식이었다. 연봉 3천만원,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던질 때마다 묻어났다.
경기 후 소감으로 “7년간 준비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며 팬들과 감독, 코칭스태프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첫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했던 순간을 고백하며, “볼넷을 덜 내려 애쓰기보단, 삼진을 더 잡으라는 조언을 실천하려 했다”는 자세는 그의 성장 의지를 보여줬다. 관중의 응원이 부딪친 그 순간을 “최고의 경험”이라 말한 목소리엔 용기와 겸손이 담겨 있었다.
그가 꾸는 또 하나의 꿈은 필승조 진입이다. “팀 승리에 더 많이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 등번호 30번, 그리고 모자 안쪽에 새긴 요르다노 벤추라의 이름은 자신만의 길을 준비하는 신예 투수의 각오를 대변한다. 성장은 아직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KIA 타이거즈는 이날 대승과 함께 상위권 항해를 이어갔다. 후반기엔 홍원빈을 비롯해 젊고 패기 넘치는 선수들의 역동성이 더욱 기대된다. 강속구 투수 한 명의 등판이 마운드 풍경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 경기였다.
경기장의 환호, 투구 뒤 숨 가쁜 숨결, 결연한 다짐은 관중의 마음 깊은 곳까지 닿았다. 많은 이들의 하루를 밝힌 이 작은 서사는 스포츠가 품은 위로 그 자체였다. KBO리그 KIA와 두산의 맞대결은 6월 3일 잠실구장에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