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엑스 관측 데이터 개방”…한미 공동 우주탐사, 천문학 연구 지형 바꾼다
우주 기원과 은하 진화 등 거대과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만한 데이터가 개방된다. 한미 공동 개발 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2024년 5월부터 취득한 적외선·광시야 관측 데이터를 전 세계 천문학계에 공유한다. 한국천문연구원과 NASA가 주도한 이 협력은 우주 기원과 생명의 구성요소, 암흑물질의 특성까지 다루는 탐사역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데이터 개방을 ‘천문 빅데이터 시대’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본다.
스피어엑스(SPHEREx)는 2024년 3월 12일 발사됐으며, 같은 해 5월부터 지구 극궤도를 하루 14.5바퀴(98분 주기)씩 돌며 관측을 시작했다. 600회 이상 촬영해 3600여장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생성했고, 향후 2년 동안 6개월마다 전천(全天) 3차원 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 수준의 광시야·적외선 스펙트럼 관측을 실현하며, 우주의 기원·은하 형성 및 진화·생명 구성물질(우주 얼음, 유기분자 등) 분포연구가 임무 핵심이다. 5월 1일 본격 탐사 개시 후 1.5주 만에 확보한 6000여 컷의 데이터를 우선 공개, 모든 연구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관측 자료는 NASA/IPAC 적외선 과학 아카이브(IRSA)에 축적·공개된다. 원시 데이터는 오류·왜곡·계측기 편향 등 기초 보정 과정 이후 개방되며, 데이터 처리의 절차 정보도 함께 공개돼 연구자 누구나 독립적으로 분석 가능하다. 칼텍 IPAC센터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우주탐사기 및 광시야 망원경(와이즈 등) 관측 자료와의 연계 활용도 가능해진다. 데이터는 최초 수집 후 60일 이내 순차 공개한다.
특히 이번 데이터는 기존 단일 임무형 우주망원경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후속 천문 미션과의 시너지 활용을 특징으로 한다. 실제로 NASA 제임스웹 망원경의 후보 천체 선정, 외계행성 탐사위성 TESS 데이터의 매개변수 개선, 유럽우주국 ESA 유클리드 미션과의 암흑물질·에너지 분석 확장까지 전방위 협업이 기대된다.
이와 달리 미국 등 일부 주요국의 천문 데이터는 일정 기간 독점 활용되는 사례가 많았던 반면, 이번 스피어엑스 자료는 수집 속도에 맞춰 즉각적·연속적으로 공개되는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천문 데이터 아카이브와 연계된 한국 측 연구팀의 자체 추가보정, 공동 연구그룹 운영 등도 국내 천문학 연구역량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피어엑스 데이터 아카이브 공개는 향후 한국과 해외 천문학자가 동등하게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데이터 생태계’의 토대를 강화한다. 전문가는 “스피어엑스 상용 데이터 공개는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우주과학 연구 가능성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천문연은 스피어엑스 타란툴라 성운 이미지 합성 공개, 국내 연구팀과의 추가적 데이터 처리 협업 등도 병행 중이다.
산업계는 이번 스피어엑스의 글로벌 실측 데이터가 후속 대형우주프로젝트, 정밀우주지도 기반의 인공지능(AI)·빅데이터 응용까지 빠르게 파급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데이터 공유, 국제 과학협력 모델 간 균형이 향후 우주탐사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