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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서 마음을 쉬다”…SRT 수서역, 심리 치유 공간으로 변신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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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단순한 이동의 틈이 아닌, 나를 위한 작은 치유의 순간이 됐다. 예전엔 분주함과 약간의 긴장이 감돌던 역의 대합실이, 이제는 누군가에겐 하루의 쉼표가 되고 있다.  

 

SRT 운영사 에스알이 수서역 승강장을 이용객의 스트레스를 풀고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공공디자인 실험에 나섰다. 31일, 에스알은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연구센터와 사회공헌센터와 손잡고 ‘2025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서역 대합실과 승강장 환경 재구성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핵심은 자연과의 연결로 정서적 안정과 회복감을 이끌어내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도입이다.  

출처=SRT
출처=SRT

이런 변화는 숫자와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에스알은 대기하는 동안 이용객들의 표정이나 휴식 행태, 사회적 소통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적으로 관찰하며 실제 효과를 가늠한다. 특히 수서역은 주변 대형병원과 가까워 고령층이나 환자의 이용 비중이 높아, 공공디자인의 긍정적 파급 효과에 기대가 쏠린다.  

 

에스알 관계자는 “고객이 플랫폼에서 머무는 잠깐의 순간에도 편안함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들른 수서역의 변화된 한켠에서는, 벤치에 기대어 눈을 감은 이, 조용히 식물을 바라보는 어르신 등 잔잔한 풍경이 펼쳐졌다. “기다림이 오히려 휴식 같았다”, “병원 갈 때마다 이곳에서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는 이용객의 목소리도 들린다.  

 

댓글 반응 역시 호의적이다. “걷기만 해도 삭막했던 플랫폼이 달라졌어요”, “이런 시도, 전국 역에 다 적용됐으면”이라는 반응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퍼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공공디자인의 변화를 ‘공간의 감정화’라고 부른다. 사회심리학자 서유진 씨는 “기차역처럼 일상적 이동의 장소에 자연의 요소와 여유를 불어넣으면, 그 안에서 회복과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쁘게 스쳐가는 일상 한복판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느끼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잠깐의 여유와 숨 고르기를 선물받는다.  

 

작고 사소한 공간의 변화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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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수서역#바이오필릭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