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영, 고통 붉힌 복수의 시선”…‘태양을 삼킨 여자’ 복귀→슬픔 뒤의 각오

스포트라이트 아래 선 장신영의 눈빛엔 오랜 시간 눌러온 감정이 실려 있었다. 세찬 소용돌이처럼 밀려든 과거의 그림자 위로 다부지게 선 그는, 다시금 모두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 자신을 내놓았다. 조용히 무대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 순간, 장신영의 숨결과 목소리에는 흔들림과 설렘이 교차했다. 단단한 결의가 새어나오는 손끝으로, 그는 새로운 서사의 문을 열 준비를 마쳤다.

장신영은 3년 만의 복귀작인 일일극 ‘태양을 삼킨 여자’를 통해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장신영은 “설렘과 긴장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고 첫 심경을 전했다. 그는 “처음엔 ‘나만 잘하자’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촬영이 진행될수록 극본에 더욱 몰입했다. 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과 부담 또한 컸다”며 진솔한 고백을 내놓았다.

이어 장신영은 이루다와 함께 극 중 모녀로서 비극적인 운명을 마주한 백설희 캐릭터에 대해 말했다. 미혼모로 홀로 딸을 키우다 모든 것을 잃고,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 인물의 입체적 감정을 그릴 예정이라며, “연기자로서 경험으로도 남을 강렬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연출자의 세밀한 배려 덕분에 자신을 한껏 내려놓고 캐릭터와 마주할 수 있었다는 소회도 더했다.

‘태양을 삼킨 여자’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비춰지는 왜곡된 현실에서, 상처 입은 미혼모 백설희가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지키는 복수의 여정을 담는다. 이루다가 맡은 딸 백미소, 서하준의 문태경, 윤아정의 민경채, 오창석의 김선재 등 탄탄한 라인업이 촘촘히 얽힌 서사에서 각자의 입장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드라마 ‘하늘의 인연’의 김진형, ‘숨바꼭질’의 설경은이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장신영의 이번 복귀는 남편 강경준과 겪은 지난 아픔을 딛고 스스로 찾아낸 새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강경준이 상간 소송에 휘말리며 장신영과 가족이 한동안 세간에 오르내렸다. 당시 장신영은 오랜 고통의 시간을 이겨냈다고 털어놓으며, 아이들과의 삶을 위해 내면을 다잡았음을 전했다. 침묵을 끝낸 이번 귀환이기에 ‘태양을 삼킨 여자’ 속 그의 눈빛은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한다.

차가운 조명 아래, 장신영은 다시 한번 상처와 다짐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고 있다. 아이를 위한, 그리고 자신을 위한 걸음마다 묵직한 빛이 스며든다. ‘태양을 삼킨 여자’는 9일 오후 7시5분 첫 방송을 시작으로, 시청자들에게 치유와 뒤틀린 정의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해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