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안보 ‘원스톱 쇼핑’ 압박”…트럼프,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관세·방위비 청구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보복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잇따라 제기하며,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부에 총체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미 간 상호관세 25% 적용이 임박한 가운데, 미 행정부가 정상회담에서 무역과 안보 현안을 ‘원스톱 쇼핑’ 방식으로 연계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둘러싼 한미 협상은 극도의 긴장 상태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8일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그 군대(주한미군)를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한국은 돈을 많이 벌고 있고 그들은 매우 좋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 군대를 위해 지불해야 한다”고 밝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적극 요구했다. 이어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 7천억 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현재 한국이 지급 중인 방위비(1조5192억원)의 9배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요구는 최근 한미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한 직후 나온 것으로, 경제와 안보 현안을 동시에 압박하는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전날에는 한국을 일본과 함께 상호관세율 통보 1순위 대상으로 지정한데 이어, 곧바로 주한미군 및 국방지출 논의를 꺼내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요구해온 ‘GDP의 5% 국방지출’을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적용하려는 의도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국방지출은 2.32%에 불과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 언급은 작년 대선 당시부터 반복된 요구로, 한국의 현행 협상액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미 행정부는 무역 관련 요구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 대미 무역흑자 감축,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비관세 무역장벽 완화 등 경제 분야 요구까지 일괄 처리하겠다”는 트럼프식 협상 방식이 노골적으로 추진되는 모양새다.
향후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놓고도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다. 한미 상호관세 25% 발효 시점인 8월1일이 사실상 협상 ‘시한’이 된 가운데, 한국 정부는 과도한 양보와 압박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상회담이 시한 전에 개최되면 최상위 정치적 의지로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제기된다. 그러나 시간에 쫓겨 불리한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무역과 안보를 연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대응해, 한국 정부도 사안별 분리 원칙 혹은 반대급부 확보 등 보다 전략적이고 냉정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불가피론이 현실화될 경우, 정상회담에서 한국 안보이익의 명확한 보장과 주한미군 역할 변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각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전략 재검토 결과가 여름 내 발표될 예정인 만큼, 합의의 속도전보다는 후속 변화를 감안한 융통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앞으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와 안보 현안의 분리 혹은 연동 여부, 그리고 상호관세 유예·조정과 방위비 협상 등 복합 과제에 대한 정교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강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시다발적 ‘청구서’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