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정 불안 심화되나”…30년 국채금리 27년만에 최고, 파운드화 급락
현지시각 9월 2일, 영국(UK) 런던 금융시장에서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72%까지 치솟아 1998년 5월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파운드화도 달러 대비 1.3% 급락해 1.336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경제 성장 둔화, 고인플레이션, 공공 재정 부담 등 부정적 신호가 겹치며, 금융시장은 영국 자산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이번 영국 국채 금리 급등은 지난 1년간 1%포인트 넘게 오르는 가파른 추세를 이어왔으며, 같은 기간 미국(USA)과 독일(Germany) 장기 금리 상승폭보다도 크다. 국채 금리 상승은 정부의 차입 비용 증가와 채권 가격 하락을 동시에 의미한다. 파운드화는 하루 만에 1.3% 하락해 투자자들의 영국 자산 매도세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불안의 주요인으로는 G7 국가 중 영국이 유독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재정건전성 회복에 대한 신뢰 약화가 꼽힌다. 잉글랜드은행(BOE)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최근 들어 약해졌다. 닉 케네디 로이즈 은행 외환 전략가는 “영국 재정 상황이 위험한 국면에 처했다”며 “투자자들이 파운드화와 국채에 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시장 심리를 짓누른다. 최근 가을 예산 발표를 앞두고 증세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총리실이 새 경제 전문가를 영입한 점이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의 정책 통제력 약화로 읽혀 혼란을 키웠다. 유럽 채권 전문가 데이비드 잔은 “총리실의 인사 변화가 실제로 정부 재정의 책임주체에 의문을 던졌다”면서 “지속적인 금리 상승은 결국 정부로 해금 지출 감축 등 실질적 조처를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FT 등 해외 주요 매체들은 이번 사태가 “영국 재정 운용의 신뢰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며 신용등급 변동성과 재정정책의 명확한 시그널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공공 지출 계획, 재정 건전성 강화 방안 및 국제 신용평가사의 대응에 따라 추가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가 빠른 시일 내 구체적인 재정 강화 조치와 정책 방향 제시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금리·환율 충격이 유럽 금융시장, 글로벌 자산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국제사회는 영국 행정부의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