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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지난 리튬 배터리 방치”…국정자원, 화재 원인 관리 허점 드러나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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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수명을 넘긴 리튬 이온 배터리 관리 부실이 국가 핵심 IT 인프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배경에, 교체 권고를 무시하고 1년 이상 운용된 배터리가 지목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공공기관 IT 설비의 유지·관리 체계와 보안 리스크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 업계는 대형 데이터센터의 배터리 관리 실태를 ‘안전 운영의 분기점’으로 본다.

 

문제가 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2014년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해, LG CNS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납품했다. 10년간의 사용 기한이 지난 2023년 6월, LG CNS 측은 교체를 권고했다. 그러나 국정자원은 “정기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 지속 사용했다”며 실질적인 교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 화재로 정보 시스템 647개가 일시에 중단됐으며, 현재까지 47개 서비스만 복구된 상황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빠른 에너지 충·방전과 대용량 저장이 가능해 데이터센터 전원 공급장치(UPS)에 폭넓게 쓰인다. 하지만 화학적 노후화가 진행되면 내부 단락(short circuit), 발열, 화재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제조사 권장 사용연한(10년)을 넘길 경우 안전성 검증과 조기 교체가 필수적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정기검진 정상 판정만으로 운용을 지속하는 관리 기준의 한계를 드러냈다.

 

배터리 관리 부실이 전체 행정시스템중단, 금융·신분확인 등 국민 생활플랫폼 장애로 확산됐다. 민간 데이터센터에선 주기적 전수점검과 모듈 단위 교체가 상시 이루어지지만, 공공 IT인프라는 예산, 조직, 전문성 부족으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력 높은 주요 글로벌 데이터센터(예: 미국 Equinix, 아마존, 일본 NTT)는 배터리 설비의 실시간 모니터링, 잔존 수명 예측 AI시스템을 필수 도입해 화재·정전 리스크를 줄이는 트렌드다. 반면 국내 공공 분야는 아직도 연 1~2회 정기검진, 수기 점검에 머물러 있어 디지털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정기 점검 결과만으로 교체 판단을 유보하는 현 제도가 포괄적 안전 기준 미비를 노출시켰다. 업계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기준 강화와 함께, 일정 사용연한 경과 후 의무 교체 규정, 감항성 인증 등 데이터센터 배터리 관리특례법 도입 논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화재에서 비전문자 업체 선정, 아르바이트생 대량 투입 등 현장 안전관리 허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 등 관계 기관은 작업자 실수, 설비 결함 등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화재가 정보 시스템 전체 장애로 연결되는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공공 IT 인프라 관리·운영에 대한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실질적 제도 보완과 안전 투자 확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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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lg에너지솔루션#lg 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