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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동굴·계곡 여행”...찜통더위, 자연 속 피서로 시선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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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동굴·계곡 여행”...찜통더위, 자연 속 피서로 시선 이동

이도윤 기자
입력

요즘 서울에서는 폭염을 피해 동굴이나 계곡으로 떠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단순한 나들이나 가족 단위 휴가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도시를 바삭하게 달구는 더위를 식힐 현실적인 대피처가 되고 있다.  

 

8일, 서울과 여러 서쪽 도시는 아침부터 27도를 넘기고 한낮에는 36도까지 오르며 올여름 들어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다. 바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뀌며 기류가 정체되고, 맑은 하늘과 뜨거운 햇살이 계속되자 길거리에서는 손부채를 흔드는 모습이 흔해졌다. SNS에는 ‘환선굴 인증’, ‘계곡 평상 예약’ 같은 게시물이 연일 쏟아진다. 실제로 강원도 삼척의 환선굴, 경기도 가평의 용추계곡, 충북 단양의 고수동굴 등 이름난 피서 명소에는 주말마다 발 디딜 틈 없이 피서객이 몰리고 있다. 한 시민은 “잠깐 들어가도 땀이 식고 숨이 트인다”며 더운 도시 밖 자연의 의미를 다시 느꼈다고 표현했다.  

사진 출처 = 삼척 환선굴
사진 출처 = 삼척 환선굴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과 대전의 한낮 기온은 36도, 전주는 35도까지 올랐다. 도심 한복판보다 동굴이나 계곡은 5도 이상 기온이 낮은 곳도 많아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역에서 휴식처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동해안처럼 비교적 선선한 곳도 있지만, 서쪽과 내륙 도시는 밤낮 없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비가 내리는 곳에서는 소나기로 더위가 잠깐 식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역은 자외선과 오존도 매우 높아 시민들의 건강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더위 속에서는 외부 활동을 줄이고, 실내나 서늘한 천연 공간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실제 박물관, 전시관, 대형 서점 등 실내 공간 역시 피서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어, 자연 피서와 도심 쉼터가 공존하는 풍경이 생겼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럴 땐 자연 속으로 숨어야 한다”, “하루쯤 계곡에 앉아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라는 목소리들이 ‘나도 그래’라는 공감을 얻고 있다. 코로나 시기 집에 머물던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 올여름 긴 무더위에는 오히려 자연 가까이서 일상의 균형을 찾으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피서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 대신 청량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동굴의 서늘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보내는 시간이 작지만 확실한 쉼이 되고 있다. 단순히 잠깐의 도피가 아니라, 한여름의 숨구멍 같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자 소소한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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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선굴#용추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