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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 쏘아올린 순간”…안현민, 두산전 만루 홈런→kt 신인왕 경합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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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 쏘아올린 순간”…안현민, 두산전 만루 홈런→kt 신인왕 경합 점화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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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긴장감이 맴돌던 5회, 안현민의 방망이는 다시 한 번 꿈을 현실로 바꿨다. 구름 사이로 솟구친 타구는 곧장 담장을 넘어 경기장을 벗어났고, 관중석은 순식간에 환호로 물들었다. 신인왕을 향한 집념과 팀 승리에 대한 열정이 한 방에 응축된 순간이었다.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안현민이었다. 시즌 25번째 경기에 나선 그는 5회말 2사 만루에서 상대 좌완 고효준을 상대로 완벽한 컨택을 보여줬다. 떨리는 손끝으로 잡아챈 슬라이더는 높이 떠오르더니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 데뷔 첫 그랜드슬램, 시즌 8호 홈런이 됐다. 그 힘찬 스윙 한 방에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기울었다.

안현민은 5타수 3안타 5타점으로 kt wiz의 10-1 대승을 견인했다. 최근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그는 단숨에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하며, 팬들과 동료들에게 신뢰를 증명했다. 이날의 맹타로 안현민은 이달 들어 타율 0.344, 8홈런, 28타점에 7개의 2루타와 2개의 3루타까지 보탰다. 데뷔 시즌임에도 맹렬한 기세를 보여주며, 섬세한 컨택과 파워까지 겸비한 활약으로 ‘한국의 스탠턴’이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모습을 선보였다.

 

본인은 “아쿠냐 선수를 더 좋아하지만 도루는 힘들 것 같다”며 솔직한 웃음을 보였다. 계산된 겸손 뒤에는 치열한 자기 관리와 슬럼프에 맞서는 의지가 숨어 있었다. “최고치가 빨리 나와 경각심이 든다. 슬럼프를 짧게 지나가는 데 더 집중하겠다”고 밝힌 그는, 신인상 경쟁에 대해서도 “LG 송승기 선수처럼 견줄 만한 후보가 많다. 내가 할 것을 하며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강철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안현민이 너무 신중해지지 않고 과감성을 되찾길 바랐다”고 전했다. 감독의 주문에 답하듯 장쾌한 그랜드슬램으로 존재감과 성장 가능성을 알렸다. 빠른 시간 안에 타격 감각을 회복한 안현민의 부활은 팀의 상위권 추격에도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고 있다.

 

kt wiz는 최근 경기에서 신예 안현민의 활약에 힘입어 상위권 싸움의 중심에 섰다. 6월 초 이어지는 홈 3연전을 통해 중위권 상대와의 승부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특히 2위와도 격차를 크게 줄인 만큼, 안현민의 맹타는 팀 분위기 반전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박수와 함성, 그리고 겸손한 인터뷰 뒤에는 묵묵히 그라운드를 걷는 한 신인의 성장기가 고요히 이어지고 있었다. 질문을 던지기보다, 우직한 행보를 기록하는 시간이 흘렀다. kt wiz와 안현민의 이야기는 2024년 KBO리그의 또 다른 여운으로 팬들의 기억에 남았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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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민#ktwiz#두산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