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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선구자의 빛 바랜 순간”…1세대 패션모델, 담도암에 스러진 여운→한국 패션계 깊은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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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선구자의 빛 바랜 순간”…1세대 패션모델, 담도암에 스러진 여운→한국 패션계 깊은 슬픔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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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조용한 장례식장에는 1세대 패션모델 이희재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조심스레 발길을 옮겼다. 이희재는 오랜 담도암 투병 끝에 지난 9일 세상을 떠났고, 패션계와 방송가에 진한 아쉬움만을 남긴 채 향년 73세로 인생의 마지막 문을 닫았다.

 

1971년 대학 재학 중 대한방직협회 ‘목화아가씨’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모델계에 입문한 이희재는, 197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 모델콘테스트 3위를 거머쥐며 세계 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루비나, 김동수 등과 나란히 섰던 그 시절, 이희재의 날카로운 눈빛과 당당한 워킹은 아직도 수많은 선후배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故모델 이희재
故모델 이희재

패션쇼만으로는 부족했던 듯, 이희재는 라디오 DJ, MC 등 방송에서도 폭넓은 영향력을 뽐냈다. 1993년 라디오 프로그램 ‘지금은 가정시대’, ‘생방송 아침’, ‘아름다운 여자’를 진행하며 대중의 곁을 지켰고, 진솔한 목소리로 일상의 환한 밝음을 전했다.

 

현장 경험을 후배와 나누고 싶었던 마음은 모델스쿨 13년 운영과 다이어트 서적 집필로 이어졌다. 80만 부가 넘는 판매 고를 기록한 그 다이어트 책처럼, 그의 실용적 조언과 따뜻한 마음은 세대와 장르를 넘어 널리 퍼졌다. 동덕여대와 평택공업전문대 등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교육자로서도 오랜 시간 청춘의 손을 잡아줬던 이희재였다.

 

2022년 암 판정 이후에도 희망과 인내로 투병을 이어간 그는, 끝내 병마 앞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모델로, 방송인으로, 교육자로 남긴 자취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12일 오전 8시로 예정돼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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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패션모델#담도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