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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리본 허용”…윔블던, 조타 추모→흰색 규정 완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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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리본 허용”…윔블던, 조타 추모→흰색 규정 완화 결정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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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윔블던 코트에는 진중한 침묵이 감돌았다. 수십 년 동안 흰색만 허락했던 엄격한 전통도, 모든 선수와 팬이 한 목소리로 보내는 추모 앞에서는 잠시 멈춰섰다. 경기장 한 켠, 작은 검은 리본이 이례적으로 허용되며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2024년 윔블던이 열리고 있는 올잉글랜드 클럽은 4일, 포르투갈 축구 선수 디오구 조타를 애도하며 공식적으로 선수들의 검은 리본 착용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윔블던은 선수 의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만 허용해 왔다. 상의, 하의, 신발, 심지어 속옷과 의료진 복장까지도 흰색 위주로 규정돼왔기에, 조타를 위한 이 같은 결정은 사실상 윔블던의 기준을 흔드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

“검은 리본 허용”…윔블던, 조타 추모→흰색 규정 완화 결정 / 연합뉴스
“검은 리본 허용”…윔블던, 조타 추모→흰색 규정 완화 결정 / 연합뉴스

올잉글랜드 클럽의 대변인은 “선수들이 조타를 추모하고자 검은 리본 착용을 요청할 경우, 이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포르투갈 남자 복식 대표 프란시스쿠 카브랄은 이날 “오늘은 리본을 구하지 못했지만, 다음 경기에는 반드시 착용할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지난 3일 새벽, 디오구 조타는 동생 안드레 시우바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뒤 끝내 세상을 떠났다. 잉글랜드 리버풀과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활약해온 조타의 비극적인 소식은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윔블던 현장 곳곳에서는 조타를 애도하는 팬들의 추모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는 추모 글이 이어졌고, 대회 내내 선수와 관중 모두가 조용한 경의를 표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번 결정은 2023년 윔블던이 여자 선수 컬러 속바지 착용을 허용하면서 전통을 점진적으로 유연하게 바꿔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흰색 일변도의 경직된 규정이 시대의 흐름과 감정적 요구에 조금씩 구멍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검은 리본 허용은, 윔블던이 보수적 전통을 지키면서도 인간적인 존중과 공감의 가치를 대회에 심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은 일정 동안 코트 위 작은 추모용 리본이 선수와 팬에게 새로운 의미의 위로로 남을 전망이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14일까지 계속되며, 이곳을 찾는 이들은 조타를 향한 잠 못 드는 밤을 짧은 묵념과 함께 기억하게 됐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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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디오구조타#프란시스쿠카브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