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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언더파 질주로 메이저 제패”…셰플러, 디오픈 정상→4번째 메이저 왕관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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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언더파 질주로 메이저 제패”…셰플러, 디오픈 정상→4번째 메이저 왕관 수집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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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포트러시의 석양 아래, 깊게 감긴 모자 밑에서 스코티 셰플러의 눈빛이 마지막 퍼트만큼이나 강렬하게 빛났다. 세계 1위 셰플러가 디오픈 마지막날 3언더파 68타를 기록,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해리스 잉글리시를 4타 차로 따돌리며 자신의 네 번째 메이저 우승을 품에 안았다. 결승 퍼트가 컵에 빨려 들어간 순간 갤러리의 탄성은 오래도록 그린 주변에 맴돌았다.

 

이번 대회는 21일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5년 시즌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메이저로, 셰플러, 임성재, 로리 매킬로이, 잉글리시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를 펼쳤다. 초반부터 셰플러는 집중력을 앞세웠고, 1번 홀 버디에 이어 4번, 5번 홀에서도 버디를 보태며 선두를 굳혔다. 8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시험대가 있었지만, 곧바로 9번 홀 버디로 응수하며 흐름을 가져왔다.

“최종 라운드 3언더파 질주”…셰플러, 디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4승 달성 / 연합뉴스
“최종 라운드 3언더파 질주”…셰플러, 디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4승 달성 / 연합뉴스

중압감 속에서도 셰플러는 12번 홀 버디로 경쟁자들과의 거리를 다시 벌렸다. 이 과정에서 리하오퉁은 실책으로, 로리 매킬로이는 꾸준한 플레이에도 점수 차를 줄이지 못하면서 선두 추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의미 깊었던 장면은 8번 홀에서의 실수를 뒤로하고 18년 만에 디오픈에서 더블보기 후 우승이란 진귀한 기록을 쓰는 순간이었다.

 

우승 경쟁을 이끈 잉글리시는 12번 홀 이글과 마지막 두 홀 연속 버디로 5언더파 66타를 때려 2위에 올랐다. 고터럽이 4언더파 67타로 3위, 로리 매킬로이는 쇼플리, 클라크, 피츠패트릭과 10언더파로 공동 7위에 올랐다.

 

셰플러는 이로써 2022, 2023년 마스터스, 2024년 PGA 챔피언십에 이어, 2025년 디오픈까지 메이저 통산 4승을 달성했다. 올해 PGA 투어 16개 대회에서 13번 톱10 진입, 11개 대회 연속 톱10의 굳건함도 빛났다. 디오픈 우승상금 310만달러로 시즌 총 상금은 1천920만달러를 기록, 세 시즌 연속 2천만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종 라운드 단독 선두로 나선 14번 중 9번, 최근 10차례 모두 우승을 지킨 금자탑은 압도적이었다. 메이저 4승 모두 역시 마지막날 선두였던 셰플러의 무결점 승부사 기질이다.

 

셰플러는 "18번 홀을 걸어 올라가는 길에 느낀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우승에는 인내와 72홀 동안의 집중이 꼭 필요하다"고 감사를 전했다. PGA 투어 통산 17승, 지난해와 올해 11승으로 현재 골프계에서 그의 위치가 얼마나 단단한지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국 선수 중 임성재는 이븐파 284타로 공동 52위에 그쳤다. 지난 마스터스 5위와 달리 최근 3개 메이저에서 컷 탈락과 50위권에 머무는 아쉬움을 남겼다.

 

디오픈 이후 올해의 선수 경쟁 구도는 셰플러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2025년 US오픈만 남겨둔 상태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한 걸음만 남겨놨다. 승패 이면에 담긴 선수들의 인내와 열정, 그리고 팬들의 박수는 오래도록 포트러시의 바람을 타고 남을 듯하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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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플러#디오픈#잉글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