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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가, 풍류와 전통의 울림→충주 밤에 흐른 서정의 잔상
문화

권주가, 풍류와 전통의 울림→충주 밤에 흐른 서정의 잔상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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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볕이 누그러진 충주의 가을밤, 음악이 잔잔히 번지며 잔에 담긴 풍류의 향기를 흩뿌린다. 권주가는 고요한 마음을 깨우고, 예술과 지역이 어우러진 따뜻한 교감의 시간을 선사했다. 심장 깊이 저미는 국악의 울림과 더불어 전통주 빛깔이 은은히 흔들리며, 관객들은 시간의 결을 새기고 있었다.

 

제53회 우륵문화제 개막식을 수놓은 권주가는 올해 충주예총과 국악단, 그리고 지역 전통주 기업 3곳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풍류 시리즈’의 대표 무대다. 이 무대에서는 국악 관현악과 성악, 판소리, 그리고 지역의 전통주가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재가 한 점에 모였다. 융복합이라는 이름처럼 노래와 주안상, 그리고 공연이 한데 얽혀, 전통적 예술과 지역 경제의 자산이 새 숨을 쉬었다.

출처=충주시
출처=충주시

소프라노 강혜정과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소리꾼 민은경과 유태평양은 각자의 목소리로 무대를 풍성히 채웠다. 타악그룹 공명의 단단한 장단, 가야금 연주자 윤하영의 절제된 선율 역시 노래와 소리 사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의 해설과 진행은 관객들의 감상에 새로운 깊이를 더했다.

 

권혜진 피디는 “전통적 풍류 정신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풀어내고, 지역의 자산을 문화 콘텐츠로 확장한 공연”이라고 전했다. 시대의 흐름을 재료 삼아 전통의 전율을 현재의 즐거움으로 빚어낸 순간이었다.

 

이번 무대가 특별했던 까닭은, 충주의 전통주 기업 다농바이오의 증류주, 미라실의 와인, 블루웨일의 맥주가 함께 곁들여졌다는 점에 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참여한 300명에게는 이들 전통주의 잔술 4잔과 웰컴 굿즈가 제공돼, 문화를 입술과 오감으로 음미하는 이색적인 경험이 더해졌다.

 

이렇듯 권주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서, 충주라는 공간과 그곳의 공기,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정수를 빚어낸 자리였다. 국악과 성악, 그리고 지역주 한 잔에 담긴 시간의 깊으면서 은은한 여운은 오랫동안 관객들의 마음에 남는다.

 

오는 9월 5일부터 사전 예약이 진행되는 권주가는, 충주에서 계절의 풍요로움을 예술로 노래하려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밤을 안겨줄 것이다. 9월, 충주의 밤을 수놓을 이 공연은 가을의 운치를 기다리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으로 남는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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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가#충주예총#우륵문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