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쇼에 숨은 의지”…고진영, US여자오픈 13위→극적 추격 예고
10번 홀 티잉그라운드를 밟으며 내딛는 걸음, 고진영의 표정엔 몇 겹의 다짐이 겹쳐 있었다. 날카로운 퍼트와 헌신적인 샷이 쉴 새 없이 이어졌고, 뜻밖의 롱샷 행운까지 더해져 경기는 어느새 속도감 있게 흘러갔다. 피할 수 없는 위기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며, 버디 6개를 수확한 고진영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었다.
고진영은 1일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 힐스 골프코스에서 치러진 제80회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기록했다. 전날 공동 43위였던 그는 사흘 합계 1언더파 215타로 단숨에 공동 13위로 치고 올라섰다. 순위 상승의 배경엔 연속 버디와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침착함이 자리했다.

특히 4번 홀 파4에서는 약 26미터 거리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홀컵을 적중시켜 관중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전반 9개 홀을 2타 줄이며 기세를 올린 고진영은, 후반에도 작은 흔들림마다 집중력을 발휘해 흔들림 없이 마무리했다. 다만 선두와의 격차는 여전히 6타에 머물러,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반전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대회 선두는 마야 스타르크가 7언더파로 지키고 있으며, 신예 훌리아 로페스 라미레스가 1타 차로 뒤를 쫓고 있다. 일본의 다케다 리오, 시부노 히나코, 사이고 마오가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고, 사이고 마오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노리고 있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는 4언더파 단독 6위, 호주 교포 이민지는 3언더파 공동 7위로 남은 경쟁에 힘을 보탰다.
한국 선수들 중에선 고진영이 최고 순위를 차지했고, 최혜진과 김아림은 이븐파 공동 21위였다. 윤이나, 유현조는 4오버파로 공동 41위, 황유민은 9타를 잃으며 공동 47위까지 순위가 밀렸다.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었으나, 날마다 치열한 변화 속에서 각자의 희망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도드라졌다.
경기 후 고진영은 “오늘은 샷 감각이 되살아나 마침내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며 남은 하루, 마지막 라운드에서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복잡한 격전 위에서 미묘하게 변하는 바람과 풀내음, 그리고 응원하는 팬들의 시선이 교차한다. 골프의 정수와 감동이 응축되는 자리에 고진영이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진다. 제80회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는 2일 밤 열릴 예정이다. 꿈을 향한 집념의 샷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