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3억달러 XRP 트레저리 설계로 SEC 명령 흔든다”…미·아시아 금감계 고심→합법성 논란 증폭
초여름 햇살이 미 동부를 물들인 6월, 암호화폐 업계를 뒤흔드는 새로운 질문이 미국 내외의 금융 중심지마다 조심스럽게 전해진다. 리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영구적인 금지령을 정면에서 피하면서도,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3억 달러 규모의 'XRP 트레저리'를 아시아 기반의 신규 구조로 운용하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규제와 긴장에 휩싸인 시장 한복판, 가장 예민한 질문의 답이 촘촘히 얽힌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크립토 리서처 다크호스는 ‘새로운 XRP 트레저리 설계가 리플이 SEC 명령을 우회할 수 있게 한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핵심은, 리플은 금지령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SEC 등록 투자자문사인 사마라 알파의 운용권을 빌려, 최대 3억 달러 규모의 XRP를 기업 고객에게 이전할 수 있는 합법적 구조를 구축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웹어스 인터내셔널(Webus International Ltd.)이 미국 SEC에 제출한 'Form 6-K'를 통해 XRP 트레저리 구성과 운용 계획이 공식 공개되었으며, 이 보고서에는 SEC의 눈길을 의식한 듯 장치와 절차가 면밀하게 설계돼 있다.

리플이 이번 구조에서 직접 XRP를 판매하는 것이 금지된 상황에서, 사마라 알파라는 SEC 등록 중개 기관과 웹어스를 연계해 규제의 거리를 확보한다는 해석이 전문가들 발언에서 일제히 나왔다. 다크호스는 “중개기관을 통한 구조적 거래로 완결된 것”이라 강조하며, “법원이 명령한 유일한 루트”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다만 XRP의 정확한 공급처에 대해선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 전략을 두고 시장은 둘로 분열됐다. XRP 전문 분석가 제이 니스벳은 “이것은 우회가 아니라 단순 시장 구조 변화”라 지적하며, 리플과 웹어스는 공식적 파트너가 아니라 독립적 주체라 선을 그었다. 그에게 XRP는 재무제표상 단순 보유로, 증권거래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여졌다. 다크호스는 이론적, 구조적 근거를 나열하며 반박에 나섰고, 웹어스와 사마라의 역할과 리플넷(RippleNet) 연계 기록을 들어 ‘규제 준수의 새로운 효과적 거리두기’임을 강조했다.
시장은 점차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XRP 가격은 2025년 6월 6일 현재 2.1989달러로 거래되며, 규제 턱밑을 스치는 신호를 읽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이번 구조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나, “명령 해제 요청은 절차상 부적절하다”며 법원이 이를 기각한 점에서 긴장의 여운이 길게 흐른다.
이 변화는 미국과 아시아 주요 금융 네트워크의 역동적 실험장이 되고 있다. 첨예한 규제와 법적 분쟁, 그 사이에서 새롭게 설계되는 합법성의 경계선 위에, 각국 규제당국은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 구조가 진정 규제 환경에 부합하는 혁신인지, 혹은 또 다른 우회의 전주곡인지는,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해석이 엇갈리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