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 벽 허문 반전의 1일”…김혜성, 다저스 붙박이 주전→역전극 기여
서울의 공기가 점점 짙어진 7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는 김혜성의 담담한 표정이 조명을 받았다. 하얀 악셀을 밟고 2루 베이스로 내달린 순간, 다저스 벤치와 관중석 모두의 시선이 9번 타자에게 집중됐다. 그날의 다저스, 엇갈린 운명 속에서 김혜성은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해보였다.
김혜성은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서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3타수 1안타 1볼넷 1도루로 시즌 타율 0.368을 기록하며, 곧게 뻗은 타구와 매끄러운 수비력까지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좌완 투수 브랜든 아이서트가 마운드에 오른 상황에서도 김혜성을 라인업 전면에 내세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선택이 현지에서도 주목받았다.

5회 내야 안타로 진루한 김혜성은 곧장 2루까지 도루에 성공했다. 9회에는 볼넷으로 출루하며 팀의 만루 찬스를 확장시켰고, 오타니와 베츠의 연속 공격, 프리먼의 끝내기 적시타로 다저스는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날 다저스 벤치엔 소리 없이 집중된 긴장과 환호가 교차하는 가운데, 김혜성의 조용하지만 꾸준한 움직임이 더욱 빛을 발했다.
로버츠 감독은 최근 “김혜성이 2루수로 나설 기회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그의 꾸준한 태도에 신뢰를 얻었다”고 전해, 이른바 ‘플래툰의 벽’을 넘어 김혜성이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한편 발목 부상을 털고 돌아온 토미 에드먼은 경기 후 외야 수비에 주로 투입될 예정으로 김혜성의 내야 기용이 더욱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날 선발 등판한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6이닝 9피안타 3탈삼진 4실점으로 다소 고전했지만, 통산 30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MLB 역대 좌완 투수 중 네 번째로 같은 고지에 올랐다. 지난겨울 수술 이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인 커쇼는 복귀 후 4승,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 중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 끝 무렵 다저스타디움에는 만루 상황마다 진해지는 긴장감과, 경기장을 나서는 관중들의 박수가 뒤섞여 있었다. 날선 경쟁 속에서도 오늘의 작은 변화와 새로운 가능성을 포착한 다저스의 7월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