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 역대급 관세 파도에 흔들림”…올해 부담 2천억 원 예고→실적 상회에도 주가 급락
세계 패션 산업 한복판에서 갭이 표류하듯 흔들리고 있다. 미국 의류 기업 갭이 2025년 1분기 실적을 시장 기대를 넘어서며 발표했지만, 그 뒤편엔 예리한 관세의 칼날이 그들의 발목을 부드럽게나마 죄여온다. 매출과 주당순이익에서 모두 시장조사업체 LSEG 전망을 상회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했으나, 예기치 못한 관세 부담 소식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갭은 이번 분기에 매출 34억6천만달러, 주당순이익 51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LSEG가 점쳤던 34억2천만달러의 매출과 45센트의 이익을 모두 뛰어넘는 성적표였다. 그러나 동사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에서 계속되는 보호주의 물결 속에서 중국산에는 30%, 타국산에는 10%의 관세가 적용되는 현실은 작지 않은 짐이 된다. 회사는 올 한 해 2억5천만~3억달러, 한화로 약 3천420억~4천110억원 규모의 추가 관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하반기에만도 1억~1억5천만달러(1천400억~2천50억원)가 재무제표에 담길 전망이라 했다.

리처드 딕슨 갭 최고경영자(CEO)는 뚜렷한 해법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그는 공급망 다변화, 즉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선택을 앞세운다. 또한, 미국산 면화의 비중을 늘려 관세를 우회하며 비용 부담을 덜겠다는 첨예한 전략도 언급했다. “의미 있는 가격 인상이나 소비자 체감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악재의 흔들림을 투자자들은 여실히 느꼈다. 갭 주가는 관세 비용 우려가 덮치면서 시간외거래에서 하루 만에 15% 넘게 급락했다.
올 1분기 ‘깜짝 실적’의 기운은 잠시였고, 각박해진 국제 통상 구도의 파고가 기업도, 주주도 긴장하게 한다. 세계 패션 시장의 흐름에 편승했던 갭이 어떤 공급망 변화를 선택하고 비용통제와 가격 정책에서 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추가 관전 포인트로 남았다. 공급망 외교전이 본격화되는 이 시대에, 글로벌 소비자의 체감 변화 여부 역시 시장의 날카로운 시선이 머무는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