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파브리병 조기 식별”…사노피·딥카디오, 진단 혁신 협력
인공지능(AI)이 희귀 유전 질환인 파브리병의 진단 방식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제약사 사노피의 한국법인과 AI 벤처기업 딥카디오는 7월 중순부터 파브리병의 조기 진단 환경 개선과 의료진 인지도 제고를 목표로 협력을 본격화했다. 파브리병은 세포 내 당지질 축적으로 신장, 심장, 신경계에 다양하게 손상을 일으키는 희귀 대사질환으로,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서서히 나타나 진단이 특히 어렵다.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함께 증상 발현 시 이미 치료가 늦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 개입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번 협약에서 사노피는 파브리병 고위험군에 대한 의료진 교육과 질환 정보 제공을 강화한다. 딥카디오는 딥러닝 기반 심전도(ECG) 패턴 분석 기술을 구축해, 사람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를 AI가 포착함으로써 미진단 고위험군 환자를 찾아내는 AI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기존 진단 방식은 임상 증상과 생화학 검사 등 복합적 절차가 요구됐지만, AI를 활용하면 대량의 의료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해 환자 선별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러한 AI 활용은 실제 임상현장 적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희귀질환 환자 대부분이 초기 증상을 특이하지 않아 진단 시기를 놓치기 쉬운 만큼, 조기 발견 체계가 마련되면 적기에 효소대체요법 등 표준치료 적용이 가능해진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임상 위주 추정 방식의 한계를 보완해, 의료진의 환자 분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에서는 이미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AI 기반 의료 진단 시스템의 정밀도가 개선되고 있으며, 희귀질환 조기 선별 솔루션에 대한 규제·인증 논의도 활발하다. 다만 국내에서는 AI 기반 의료 소프트웨어 인허가와 병원 활용 현장에서 법적·윤리적 검증이 병행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 의료 인공지능 기관 관계자는 “AI 심전도 분석 프로그램의 상용화 시점이 파브리병을 비롯한 희귀질환 진단 패러다임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환자 발굴과 조기 치료 체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