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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현대판 노예노동 자행”…브라질 법원, 최대 규모 배상금 판결에 파장
국제

“폭스바겐, 현대판 노예노동 자행”…브라질 법원, 최대 규모 배상금 판결에 파장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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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8월 29일, 브라질(Brazil) 파라주 헤덴상 노동법원은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Volkswagen)의 자회사가 군부독재 시절 수백 명의 노동자를 착취한 사실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피해 노동자 300여 명에게 1억6500만 헤알(약 423억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으며, 브라질 노동검찰청은 “현대판 노예노동 배상금으로는 사상 최대”라고 평가했다.

 

이 사건은 1974년부터 1986년까지 폭스바겐이 파라주 발리 두히우 크리스탈리누 농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장시간 노동과 부족한 식량, 치료 거부 등 비인간적인 환경에 동원한 것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런 행태를 채무를 명목으로 한 강제노동인 ‘채무노예(debt bondage)’로 규정한다. 피해 노동자들은 무장 경비원의 감시 아래 사실상 억류돼 있었으며, 이 실태는 당시 농촌사목을 하던 히카르두 헤젠지 신부가 탈출자 증언을 바탕으로 밝혀낸 것이다.

폭스바겐 측은 “인간 존엄성의 원칙을 준수해왔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국제 사회와 인권 단체 등은 “글로벌 공급망 내 인권 감시 강화가 시급하다”며 폭스바겐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브라질은 19세기 노예 수입이 가장 많았던 국가로, 공식적인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노동 착취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돼왔다.

 

특히 올해 초에는 커피 농장에서 탈출한 노동자들이 스타벅스(Starbucks)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고, 전기차업체 BYD(비야디) 역시 강제노동 혐의로 2억5700만 헤알 규모의 소송에 휘말리는 등 불법 노동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NN 등 주요 외신은 “브라질 법원의 이번 판결이 글로벌 기업 인권 책임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노동 인권 침해가 더 엄격히 규제될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이 글로벌 업계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치가 향후 다국적 기업들의 경영 형태와 노동 정책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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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브라질#현대판노예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