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향한 ‘쇼’ 비난에도…” 제주항공 참사 속 멈춘 시간, 끝나지 않은 질문
제주항공 참사 유족이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깊은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국제공항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콘크리트 구조물에 충돌,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지며 대형 인명 피해가 났다.
유족은 사고 당시 단체 채팅방을 통해 소식을 접했으며, 아버지가 여행 중임을 떠올리고 곧바로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공항에서 구조 소식을 기다렸지만 전원 사망이라는 보도를 접하고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특히 유족은 합동 추모식에서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낭독한 뒤, “쇼를 한다”는 악성 댓글을 보고 큰 상처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런 반응이 무서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다른 가족들의 슬픔을 덜어보이게 하진 않을지 두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시간이 멈춰버릴까 두려워 용기를 냈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방송에 동석한 오은영 박사와 출연진은 “슬퍼하는 것,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치유의 과정”이라고 위로했다. 함께 출연한 참가자 역시 “가족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면 영원한 이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참사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전체 12단계 중 절반 가량의 조사 절차를 마쳤고, 경찰은 제주항공과 무안공항 운영 주체 등 24명을 입건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박스 기록, 엔진 손상 부위 등 핵심 자료의 투명한 공개와 국토교통부로부터 독립된 조사를 촉구한 상태다.
일부 시민들로부터 “왜 이제야 목소리를 내느냐”는 부정적 반응도 이어지고 있으나, 유족들은 “사고가 잊히는 게 가장 힘들다.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멈춰 있다”고 밝혔다. 사고 이전 마지막 통화, 눈 내리던 발인 날의 기억은 여전히 유족의 일상과 상처로 남아 있다.
사고 이후 반년이 지난 현재도 진상 규명과 유족의 호소는 계속되고 있다. 유족 측은 “사회에서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계기관의 조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족이 남긴 질문과 현실의 무게는 앞으로도 긴 시간 사회에 남겨질 전망이다. 제주항공 참사는 한 시대의 상처로 남아, 아픔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마음의 시간’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