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닿은 서러운 밤”…공명, ‘금주를 부탁해’ 죄의 굴레→짙어진 위로
빛바랜 새벽의 조용함 속에서 공명의 눈동자는 오래도록 가려둔 상처를 품었다. 온화한 미소 뒤에 숨겨온 부드러움은 생일의 쓸쓸한 공기에 젖으며, 축하의 말조차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날 ‘금주를 부탁해’에서는 그저 평범해 보이던 일상이 특별한 아픔을 껴안은 채 흐르고 있었다.
공명이 맡은 의준은 밝고 온유한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내면에 감춰진 트라우마와 죄책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금주가 준비한 따뜻한 생일상과 데이트, 깜짝 파티가 이어졌으나 의준은 끝내 마음을 놓지 못한 채 조심스러운 미소만 지었다. 그는 과거 서울 병원 생활에서 자신의 생일을 챙기려던 간호사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기억에 얽매여 있었다.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있고, 내가 없었다면 평범한 하루였을 텐데”라는 깊은 고백이 공기를 무겁게 물들였다.

최수영이 연기한 금주는 그 아픔을 헤아려 차분히 다가왔다. 조용한 한마디가 의준의 단단했던 마음의 벽을 무너뜨렸고, 참아왔던 눈물이 조심스럽게 흐르기 시작했다. 짧지 않은 침묵 동안 봉안당에서 죄를 끌어안고 돌아서는 모습, 꿈속 친부의 환영 속에서 고단히 스러져가는 표정, 모든 순간이 공명의 농도 짙은 연기로 이어졌다.
이날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아픔을 넘어 알게 모르게 누군가가 짊어진 상처, 그리고 한마디 위로가 전하는 치유의 힘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고요히 들려온 “네 잘못 아니야”라는 말이 곧 해방이 돼 주었고, 시청자는 의준의 죄의 굴레 속 깊은 외로움과 함께 끝끝내 퍼지는 위로에 잠시 마음을 내려놓았다.
‘금주를 부탁해’는 한순간 뒤바뀌는 삶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파편, 그리고 그 위에 드리워지는 사랑과 용서의 결을 섬세하게 직조하며 매주 월, 화요일 저녁 8시 50분에 방영된다. 다음 회차에서는 또 어떤 울림과 변화가 찾아올지 시선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