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빼돌려”…통일교, 전 재정국장 경찰 고소에 ‘개인적 일탈’ 선긋기
'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둘러싸고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전 세계본부 재정국장 이모씨를 경찰에 고소하며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통일교는 2025년 9월 1일 사기와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이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매개로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명품 가방 등을 전달하며 각종 교단 현안을 청탁했던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모 전 세계본부장의 배우자다. 통일교는 내부 감사 결과 이씨가 재정국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20억원의 교단 자금을 개인적으로 가로챈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씨가 약 6천220만원 상당의 영국 명품 브랜드 그라프 목걸이, 1천437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등을 개인 카드와 상품권을 활용해 구매하고, 직후 공적 업무 사용으로 꾸며 교단 자금으로 비용을 보전받는 식의 허위 정산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물품들은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명목으로 전씨에게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윤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는 그가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정부 조직, 예산, 인사 지원을 요청하며 이 물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윤씨 부부가 해당 고가 물품을 사들인 후 회계 처리 과정에서 통일교 자금을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 과정에서 한학자 총재의 승인을 거쳤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총재 역시 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됐으나, 통일교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윤씨와 이씨의 일탈에 조직이 연루될 수 없다”고 맞섰다.
통일교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윤씨와 이씨가 내부 감시망에서 벗어나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부정 보전 청구와 허위 정산을 일삼아 다수 자금을 속여 가로챘다”고 밝혔다. 이처럼 고소 조치는 통일교가 한학자 총재 및 교단 차원의 조직적 책임이 아니라 윤씨 부부의 개인 행동에 선을 긋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읽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통일교 내부의 감시 시스템과 교단의 자금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향후 수사 및 사법 판단 결과에 따라 한 총재와 교단의 책임 범위,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적 처벌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날 통일교의 추가 고소로 교단 내부 기강과 자금 관리 체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수사의 향방과 법원의 판단에 정치권과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