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능선 따라 물든 마음들→황매산 철쭉축제의 깊은 봄 기억
따스한 5월, 봄바람에 실려온 분홍빛 향연이 해발 1113미터 능선 위에서 펼쳐졌다. 경남 합천 황매산철쭉축제에는 들꽃보다 환한 미소를 머금은 사람들이 산사이로 모여들었고, 저마다의 봄 정취를 마음에 아로새겼다.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 너머로, 새벽 첫 햇살에 깨어나는 진분홍 물결이 산 전체를 감쌌다.
축제 기간 내내 황매산 등줄기에는 약 30만 평에 달하는 철쭉 군락이 숨결처럼 퍼졌다. 5월 초 연휴에는 알람보다 이른 객지 현대인들의 발길이 새벽 어스름부터 이어져, 능선마다 환호와 감탄이 차올랐다. 분홍으로 깔린 능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멀리서 남강의 안개와 철쭉이 섞여 봄의 절정이 머무는 풍경을 자아냈다.

황매산철쭉축제의 매력은 그저 눈에 담기는 경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철쭉꽃 사이에서는 합천 지역 특산물을 나누고, 전통문화 체험을 즐기며 시간의 숨결을 더듬는 이들이 있었다. 지역 주민은 “철쭉 개화 시기를 기다려 축제 준비에 온 마을이 힘을 합쳤다”고 전하며, 방문객들 역시 “더없이 아름다운 봄날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의 장도 이어졌다. 아이들은 야외 놀이터와 전통놀이마당에서 웃음꽃을 피웠고, 어른들은 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한 먹을거리에 온기를 느꼈다. 축제는 대자연 속에서 흩날리는 꽃잎과 음악, 시장의 소란과 묘한 고요가 어우러지는 복합적 아름다움을 전했다.
철쭉꽃물이 채 물러가지 않은 늦봄 산마루,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벅찬 환희는 황매산과 함께 한 이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다. 자연의 따스함과 문화의 손길이 교차하는 길목에서, 사람과 계절이 천천히 위로받는 장면이었다.
5월 1일부터 11일까지 황매산에서 열린 이번 철쭉축제는 다음 해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