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에 마케팅 위축”…제약사, 프로모션 투자 8794억 기록
의정갈등이 제약산업 영업마케팅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의 프로모션 투자 총액은 8794억원으로 3.5% 감소하며 팬데믹 이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온사이트 미팅 및 행사 투자는 전년 대비 29.3%나 급감해, 시장 위축의 직접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와 이에 따른 전공의 집단 이탈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현장 불안정성을 키웠고, 이로 인해 제약사의 대면 영업 활동이 크게 제약받았다고 풀이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시장 침체의 핵심 원인은 ‘의정갈등’으로, 의료기관 내 전통적 영업채널의 접근성이 악화되면서 현장 기반 마케팅이 위축됐다. 온사이트 미팅에 집중 투자해온 제약사들은 즉각적인 타격을 받았고, 소화기나 대사와 같은 분야의 프로모션 투자는 각각 9.4% 감소했다. 반면, 제일약품이나 MSD 등 일부 기업만이 시장 신제품이나 백신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늘렸다.

기술적 트렌드를 보면 디지털 전환 단계가 초기 수준에 머문 점이 극명하다. 의료진의 대면 상호작용 선호도는 54%로 오히려 높아졌으나, 실제 영업사원과의 소통 81~100%를 디지털로 선호하는 의료진조차 17%의 정보만을 디지털로 제공받고 있다. 데이터와 채널 관리가 분리된 상황에서, 신뢰 기반의 학술적 논의에 대한 현장 수요가 더욱 부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의 독특한 의정갈등 구조와 맞물려 있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디지털 영업 및 원격 학술 교류가 확대되고 있으나, 국내 제약사는 규제와 현장 이슈로 인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속도가 더딘 편이다.
정책적으로는 영업사원의 ‘관계 관리자’ 역할을 ‘학술 파트너’로 전환하고, 채널 중심에서 고객 중심의 여정 설계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영업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 없이 시장 위축을 극복하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위기가 제약 마케팅의 본질적 변화를 이끌 시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신뢰, 그리고 관계의 융합이 산업 경쟁력의 새로운 척도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