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 2·3세도 피해자 포함해야”…조계종, 원폭피해자 특별법 개정 촉구
피폭 피해 대물림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원폭 피해자와 정치권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는 7월 7일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자와 그 자녀 등 약 15명을 초청해 목소리를 들었다. 원폭 투하 80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진행된 이번 모임에서는 제2·3세를 포함하는 피해자 인정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피폭 2세, 3세 역시 원폭 방사능의 유전적 영향에 노출됐다”며 “현재의 원폭피해자법으로는 후손들이 배제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 대물림’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반드시 법적·행정적 보호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원폭피해자법은 피폭이 있었던 1945년 8월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인근에 있던 이들, 그리고 방사능에 직접 노출되었거나 임신 중이던 태아만을 지원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피폭자의 자녀이자 향후 세대인 2·3세는 법상 피해자에서 빠져 있다.
현재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등 12명의 여야 의원은 ‘피폭자 2세·3세’도 원폭 피해자에 포함하도록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국회에 제출된 뒤 계류 중으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피폭 2세 환우회에 따르면 가입 회원만 해도 전국적으로 약 1천3백명에 이른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측은 “정확한 전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하며, “관련 건강 피해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피해자 대물림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개정 법안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예산과 보상 범위를 두고 이견도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회는 향후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원폭피해자법 개정안을 본격 논의할 전망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연대를 이어갈 경우 법안 처리에 힘이 실릴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