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타이완 일상에 스민 여행”…이연복·노해랑, 미식과 기억의 온기→길 위에 남은 울림
이연복이 밝은 미소로 길을 열자 노해랑의 한마디가 이방 땅의 공기를 부드럽게 흔들었다. 그러나 펑스예 사자상의 모래바람과 장인의 칼끝에서 이들 여정은 조용히 성찰의 리듬으로 그 깊이를 더했다. 풍경 위에 쌓여가는 인연과 맛, 그리고 인생의 다채로운 음영이 여행자와 시청자 모두의 일상에 잔잔한 파문을 남겼다.
EBS1 ‘세계테마기행–주말엔 훌쩍, 타이완’은 중국요리 연구가 이연복과 연구가 노해랑이 함께 떠나는 진먼에서의 따스한 여행으로 출발한다. 강렬한 바람이 스미는 이 작은 섬에서 이연복은 탄피를 다시 달궈 만든 칼을 손에 쥐며, 전쟁의 흔적과 세월이 빚은 장인의 노련함을 마주했다. 뜨거운 고량주 향과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들이 이어지는 식탁에서는 이곳만의 풍경과 역사가 재치와 향기로 버무려졌다. 샤오진먼의 해변을 바라보고, 진귀한 고량주와 바다 내음을 곁들인 요리는 여행의 의미를 오롯이 느끼게 한다.

타이난으로 건너간 두 번째 여정은 노해랑의 따뜻한 시선과 함께 골목길의 오래된 돌담, 130년 전통의 국수집, 전통 전병집의 아날로그 풍경 등 간직한 이야기가 켜켜이 배어 있다. 폐관한 극장의 한켠을 채운 화가 옌전파의 손길도, 평범한 한 그릇 국수에서 피어나는 삶의 묵직함도 그곳의 시간만큼 진하게 스며든다. 컨딩의 바다와 초원을 가르는 오토바이, 카카오 농장에서의 해맑은 체험, 헝춘 할머니의 나눔까지, 그 길 위에 펼쳐진 소박한 배려와 가족같은 정이 이방인을 금세 그곳의 삶에 녹아들게 만든다. 간장 육수로 우려낸 루웨이의 깊은 맛은, 낯선 여정 속에도 마음이 스며드는 이유가 된다.
핑둥과 자이에서는 남국의 자유로움과 맛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제철 흑참치로 가득한 둥강의 풍경, 경매장의 분주함, 입안에서 사라지는 참치회의 여운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을 전한다. 불광사의 고요한 사찰, 장미 농장과 귀신의 집 카페, 파인애플밭의 싱그러운 일상과 펀치후역 도시락집의 추억까지, 음식과 자연, 전설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순간들이 여행의 조각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목재 나르던 아리산 삼림철도의 굽은 레일, 깊은 숲길의 울창함은 마음의 밑바닥까지 흔들어 놓는다.
마지막 여정의 주인공은 타이베이다. 용산사에서 기원하는 손길, 시먼딩 골목의 숨은 맛집, 쓰쓰난춘의 고즈넉한 풍광과 백만 점에 가까운 유물을 품은 국립고궁박물관, 오크향 가득한 위스키 양조장, 양밍산과 칠성산 정상의 넓은 시야, 그리고 예류지질공원 해안의 거친 숨결까지, 타이베이에서 삶과 시간, 소리와 향이 한데 어우러진다. 단순한 여행을 넘어, 오랜 세월이 깃든 노하우와 일상의 진득한 온기가 골목마다 흐른다.
이연복과 노해랑은 다정한 시선으로 새로운 맛, 생소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을 견디는 삶이 얼마나 따뜻하게 이어지는지를 실감하게 했다. 여행은 낯선 풍경 너머, 결국 우리 모두의 일상에 울림을 남긴다.
다채로운 섬 타이완의 아름다움과 사람의 깊은 정을 담은 ‘세계테마기행–주말엔 훌쩍, 타이완’은 2025년 6월 2일부터 5일까지 매일 저녁 8시 40분, 시청자에게 새로운 풍경과 일상의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