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동네 한 바퀴 원주, 삶을 빚는 산의 힘”…정영애·조창이, 굴곡 속 피어난 희망→여름 일상에 스며들다
엔터

“동네 한 바퀴 원주, 삶을 빚는 산의 힘”…정영애·조창이, 굴곡 속 피어난 희망→여름 일상에 스며들다

김서준 기자
입력

초록빛 숲과 골목, 누군가의 따스한 밥상이 모여 깊은 여름을 완성한다. KBS1 ‘동네 한 바퀴’가 333번째 여정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원주를 품으며 산과 사람, 희망의 계절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냈다. 산이 둘러싼 도시 원주에서 삶은 계절만큼이나 반복되고, 저마다의 길을 걸어낸 하루하루가 주민들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난다.

 

장엄한 물안개가 내려앉은 치악산 자락, 국형사 법고 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지며 원주의 하루에 잔잔한 안식을 채운다. 태조 이성계가 산신을 모셨던 터전이 전하는 역사의 무게는,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고요를 선물한다. 이 숲의 품을 지키는 국형사의 오랜 시간 속에서, ‘동네 한 바퀴’의 여정은 강인하게 시작을 알린다.

산이 주는 힘, 삶을 빚다…‘동네 한 바퀴’ 원주, 깊은 여름의 얼굴→희망이 깃든 하루
산이 주는 힘, 삶을 빚다…‘동네 한 바퀴’ 원주, 깊은 여름의 얼굴→희망이 깃든 하루

깊은 산골마을 감악산에는 어간장 명인 정영애가 살아간다. 태풍 루사로 모든 것을 잃고 꽃과의 인연을 접었다는 지난 시간, 정영애는 산속에 남편과 둥지를 틀고 손수 장독을 빚으며 새 삶의 의미를 찾았다. 멸치로 빚은 장이 곰삭을수록 맛이 깊어지듯이, 고단한 삶도 인내로 다시 빚어진다. 천천히 곰삭아간다는 한마디는 굴곡의 시간마저도 희망의 빛으로 바꾼다.

 

도심을 가로지르던 폐선 철길을 따라 조성된 치악산 바람길숲과 학성동 골목에서는 예술가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정원을 일군다. 파리의 언덕을 닮은 ‘역마르뜨’에는 골목 담장 따라 그림이 그려지고, 바람처럼 퍼진 온기가 사람을 다시 모은다. 정겨움과 새로움이 어우러진 원주역과 역전시장, 유년의 기억과 현대의 희망이 한 자리에 흐른다.

 

옥수수밭에서 시작된 공예가 조창이의 인형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 한 장에 매혹돼 시작한 옥수수 껍질 인형은, 버려질 뻔한 껍질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불어넣는다. 장터를 돌고 직접 농사까지 짓게 된 여정은 예술이 결국 평범한 일상과 끈질긴 고집 속에 고이 스며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인형들은 여름의 풍경 속 작지만 소중한 순간을 더했다.

 

시장에서는 서울에서 내려온 부부가 일군 만두 골목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익숙하지 않은 전직, 시장 언니들의 손맛에 기초를 세우고 시행착오를 견딘 시간 끝에, 김치만두 한 알마다 사연이 녹아들었다. 과거 밀가루와 금배추로 버텼던 전쟁의 기억이 오늘은 원주 사람을 이어주는 소울푸드가 됐다.

 

낡은 농가에서 손수 뽑은 동치미막국수에는 어머니 이미순의 34년 세월과 남편을 향한 그리움이 담긴다. 아이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흘린 땀방울과 정성이 고스란히 면 한 올 한 올에 깃든다. 작은 민박집을 일군 도예가 명선·금순 부부의 고장은 먼 길을 돌아온 이들도 받아들이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간을 완성해 간다.

 

강원도 여름의 짙은 녹음과 맑은 산기운, 그리고 따뜻하게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 각자의 사연이 어우러진 골목과 시장, 논과 산골이 이 계절을 특별하게 빚어낸다. 무엇보다 곁에 머문 가족과 이웃, 잃은 것과 남은 것 사이에서 다시 피어난 희망이 원주라는 고장의 하루를 깊고 아름답게 밝힌다. 이처럼 계절과 이야기가 맞닿은 복된 고장의 기록은 8월 23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에서 만남을 예고한다.

김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동네한바퀴#정영애#조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