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등번호 20번이 멈췄다”…조타 영구결번→리버풀, 안필드가 울었다
스포츠

“등번호 20번이 멈췄다”…조타 영구결번→리버풀, 안필드가 울었다

신채원 기자
입력

깊은 침묵에 잠긴 안필드 구장. 서로를 어깨로 껴안은 팬들의 눈가엔 복잡한 그리움과 애도의 빛이 교차했다. 꽃다발과 붉은 머플러, 영구결번된 20번 유니폼 앞에서 사람들은 오래도록 발길을 떼지 못했다. 조타를 떠나보낸 시간은, 리버풀과 그 동료, 팬 모두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상실이었다.

 

디오구 조타는 2025년 7월 3일 새벽, 스페인 사모라의 고속도로에서 동생 안드레와 함께 차량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람보르기니를 직접 운전하던 조타는 타이어 파열로 도로를 이탈했고, 순식간에 화재로 번지며 형제 모두가 생을 마감하게 됐다. 결혼한 지 불과 11일, 온 가족과 시작할 미래도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조타 / 연합뉴스
조타 / 연합뉴스

사고 직전까지도 SNS에는 아내 루테 카르도소의 행복한 메시지, 세 아이와의 꿈이 담긴 사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올여름, 리버풀은 20번을 영구결번하며 '디오구'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애도를 표했다. 구단은 “조타는 더 이상 단순한 선수가 아니라, 리버풀의 영원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2024~25시즌 팀의 20번째 리그 우승을 기념하는 상징까지 얹었다.

 

슬롯 감독과 판데이크, 로버트슨 등 동료 선수들은 변화 없는 슬픔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들은 조타를 '노력과 헌신, 사랑의 상징'으로 남기고자 했다. 팬들은 “조타와 20번은 영원할 것”이라며 안필드를 수놓았고, 이별의 순간을 묵도했다.

 

축구계 곳곳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확산됐다. 호날두, 인판티노 FIFA 회장, 체페린 UEFA 회장 등이 직접 메시지를 남겼고, 포르투갈 총리와 축구협회, 각국 스타와 감독 모두가 조타와 그 가족을 추모했다. SNS에는 “믿을 수 없다”,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디오구 조타가 걸어온 시간도 축구 역사 그 자체였다. 포르투갈 파코스 데 페헤이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포르투, 울버햄튼 그리고 2020년 입성한 리버풀까지, 조타는 소속팀에서 EPL 190경기 63골, A매치 49경기 14골을 기록했다. 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 2024~25시즌 리버풀의 리그 우승 등 화려한 트로피와 함께, 그는 동료와 가족이 함께할 때 가장 빛나는 선수로 기억됐다.

 

안필드 주변은 지금도 수백, 수천명의 팬이 머물며 조용한 묵념과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라이벌 에버튼 팬들까지 애도를 전했다. 각국 경기장마다 조타에 헌사와 묵념이 이어지고, 그의 삶은 연대와 가족, 그리고 희생의 아이콘으로 남는다.

 

언젠가 다시 이어질 위로와 연대의 순간을 꿈꾸며, 축구계는 “조타라는 이름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리버풀의 영구결번 20번,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영원히 팬들과 세계 축구사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하루의 끝, 안필드를 물들인 슬픔과 연대의 빛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디오구 조타와 등번호 20번을 향한 헌사는 앞으로도 리버풀 팬들 가슴마다, 세계 축구계의 기억 속에 길이 남게 됐다.

신채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조타#리버풀#안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