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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0.83% 급락”…테슬라 17% 추락, 트럼프·머스크 충돌에 세계 자본 흔들려
경제

“나스닥 0.83% 급락”…테슬라 17% 추락, 트럼프·머스크 충돌에 세계 자본 흔들려

신도현 기자
입력

6월 5일, 미국 뉴욕의 밤은 금융시장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채 저물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마침내 0.83% 하락한 19,298.45포인트로 장을 마쳤고, 대형기술주의 추락은 흔들리는 시장심리 위로 파문을 그렸다. 이날 S&P500지수 역시 0.53% 내린 5,939.31포인트로, 다우존스지수는 0.25% 하락한 42,319.74포인트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미중 정상 간 무역협상 기대가 반짝 매수세를 불러일으켰지만, 불안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역 대화라는 희망은 잠시였다. 뉴욕증시를 짓누른 건 곧장 터진 정치적 충돌이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부 정책과 경영 철학을 두고 날카롭게 맞섰고, 양측의 날 선 언어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자 신뢰에 균열을 가져왔다. 머스크가 현 감세 법안을 즉각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트럼프는 머스크를 향해 ‘배은망덕’이란 언어로 응수했다. 두 거인의 첨예한 대립은 시장에 냉기를 불러왔고, 테슬라는 장중 17% 가까이 급락했다. 테슬라 종가는 14.26% 내린 284.7달러, 머스크를 둘러싼 갈등의 소용돌이에 투자자들은 또 한 번 기술주 리스크의 무게를 체감해야 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국내 투자자들의 밤도 조용하지 않았다. 소위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하루 만에 1조 7,195억원이 증발해 125조 3,664억원으로 축소됐다. 테슬라 보관액만 1조 1,630억원이 줄어 30조 3,436억원을 기록했으며, 엔비디아마저 1.36% 하락해 성장주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0.82% 상승해 467.68달러로 선방했지만, 애플(1.06%↓), 팔란티어(7.77%↓), 아이온큐(7.52%↓),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2.33%↓) 등 다수의 인기 종목 또한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별히 팔란티어는 피터 틸과 머스크의 연결 고리가 급락을 부추기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상승 강세를 보인 소수 종목은 오히려 시장 내 불확실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업종별로도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통신서비스 분야만이 가까스로 방어에 성공했을 뿐, 소비재 섹터는 2.47% 하락하며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테슬라와 애플 등 대형 기술 소비주의 약세가 소비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끌어내린 셈이다. 날이 갈수록 불안도 깊어진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4.94% 상승한 18.48을 기록,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급격히 고조됐음을 의미했다.  

 

정치권 리스크의 여진은 트럼프 자신에게도 미쳤다. 그는 소유한 미디어 기업 트럼프미디어앤테크놀로지 주가가 8% 떨어지는 쓴맛을 봐야 했다. 반면, 트럼프가 희토류 관련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친 여파로 MP머티리얼스 주가는 약 6% 오르며 테마주의 단기 바람을 입증했다. 산업과 정치가 교차하는 일면이 이날만큼 또렷하게 드러난 순간도 드물다.

 

한편, 금융시장의 또 다른 축에는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자리했다. 은 선물가격은 트로이온스당 36달러까지 오르며 2012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 회피와 인플레이션 헤지 사이에서 방향을 모색했고,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69.2%로 집계되며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뉴욕증시는 정치와 산업계의 갈등이 실물 시장을 흔드는 일련의 연쇄 반응을 보여줬다. 국내외 투자자는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테슬라와 같은 개별 종목 이슈가 전체 자본시장 변동성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예민한 균형 감각과 냉철한 시선을 유지해야 할 시기다. 가까운 시일 내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와 물가 상승률이 또 다른 변동성의 향배를 가늠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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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트럼프#머스크